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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내 뇌가 섹스보다 고기를 더 원하다니…

등록 2016-05-24 19:37수정 2016-05-25 09:15

'고기를 원한다면'.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고기를 원한다면'.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서울 국제음식영화제 26일 개막
꼭 봐야 할 안티 푸드포르노 4편

‘푸드포르노’. 많은 현대인들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태그를 걸고 찾아다니는 단어다. ‘푸드포르노’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2회째를 맞는다. 올해 수교 130년을 맞는 ‘프랑스의 맛’을 특별전으로 꾸미며 28개국 58편의 영화가 찾아온다. “농업에는 무관심하고 먹거리의 맛, 모양, 가격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카를로 페트리니 국제슬로푸드협회장)이 ‘푸드포르노’라면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는 의외로 ‘안티 푸드포르노’가 많다. 식품산업과 육식 등의 식문화까지를 아우른 다큐멘터리는 음식 맛을 떨어뜨리는 데 목적이 있고, 미슐랭 셰프들이 만드는 한 접시의 작품 요리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영화제(www.sifff.kr)는 26~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

‘고기를 원한다면’

산 채 피 뽑히고 칼질당하는 소
아이 엄마가 찍은 도살장 풍경

‘슈거 블루스’

설탕 든 식품 빼자 냉장고 텅텅
음료에 든 설탕 실물 보니 끔찍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

형형색색 야채샐러드 장미꽃 나풀
미슐랭 별점 그냥 딴 게 아니라네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산·들에서 채취한 버섯과 야생초
식탁 위로 가져온 자연이 비밀병기

'슈거 블루스'.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슈거 블루스'.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아이를 위해서 여성이 뛰어들다 <고기를 원한다면>과 <슈거 블루스>는 육식과 식품산업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모두 여성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이 현장에 뛰어든 이유가 아이와 연관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내 뇌가 섹스보다 고기를 더 원한다니!” <고기를 원한다면>은 아이에게 좋은 식습관을 주기 위해서 고기를 끊으려는 네덜란드 여성 마레인 프랑크의 체험 다큐멘터리다. 뇌 스캐닝 결과 섹스 관련 장면에서보다 고기가 나오는 장면에서 마레인의 뇌는 더 흥분한다. “알코올 중독자나 갬블러에게서 볼 수 있을 정도의 과도한 흥분 상태”다. 마레인은 도살장에 6주간 취직해서 식품산업을 직접 체험하기로 한다. 겁에 질린 소를 얼러서 마취총을 발사하고 버둥거리는 소한테서 피를 뽑고 칼질을 한다. 공장주는 “소는 의식이 없어요”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2~3개월, 당신이 체험을 끝낼 때면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대형 양계장을 방문해 ‘식용 닭’을 만난다. 같은 날 태어난 같은 유전자의 닭들은 같은 날 죽는다. 다 자란 닭처럼 보이지만 5주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도살장을 다녀온 지 이틀 만에 마레인은 고기를 다시 식탁에 올린다. 현대인은 식품으로서의 고기와 생명체로서의 동물을 분리해 편리하게 사고한다. 관객과의 대화에는 역시 어머니로서 한국 육식산업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이 나선다.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슈거 블루스>에서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체코의 어머니 안드레아 출코바도 병원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은 뒤 식생활 개선을 결심한다. 임신성 당뇨라는 진단이다. 당장 설탕 섭취를 줄이지 않으면 아이에게도 악영향이 간다. 설탕이 들어간 식품들을 버리자 찬장과 냉장고가 텅텅 빈다. 안드레아는 25년간 자연에서 온 당분만을 섭취하는 식단을 실천해온 모임, 심장병 전문의 등을 만나며 식품산업의 정치를 탐색해간다. 음료에 들어간 설탕의 양을 실물로 보여주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건강에 좋다는 과일주스에는 28티스푼, 다른 탄산음료에는 79티스푼이 들어 있다. 설탕의 하루 권장량은 8티스푼이다.

미슐랭 셰프 작품의 비밀 ‘그림의 떡’인데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이다. 전설적인 셰프들을 다룬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피에르 데샹, 영국),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폴 라코스테, 프랑스), <세르지오 헤르만, 미치도록 완벽한>(빌레미크 클라위프하우트, 네덜란드) 등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요리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사진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식당을 물려주기까지 사계절을 담고 있다. 브라씨는 프랑스 남부의 산골 오브라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시절 미래가 없었고, 식당을 하는 어머니를 옆에서 도왔죠.” 아버지 미셸 브라의 셰프 인생은 그냥 시작되었지만, 미슐랭의 별점을 하나씩 올린 레스토랑은 미식가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아들 세바스티앵은 어렸을 때부터 식당을 드나들고 일찍 미래를 정한 길러진 셰프였다. 은퇴를 한다면서도 아버지는 잔소리가 많다. “아침에 허브를 따더라도 남들이 딴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죠.” 파프리카 퓌레 등을 바르고 샐러리, 아스파라거스, 꽃양배추의 심, 아티초크, 브로콜리 심, 비름, 순무, 한련, 지치 등 수십가지 재료들을 아름답게 올려 내는 샐러드는 대표요리다. 여기에는 매일 아침 시장에서 선택해온 허브와 집에서 아침에 딴 장미잎이 나풀거린다.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에서 스웨덴 식당 노마의 비밀 병기도 산천에서 나온 재료들이다. 숨어 있는 버섯,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숲에 널려 있는 풀을 식탁으로 가져온다. <세르지오 헤르만, 미치도록 완벽한>의 세르지오가 ‘완벽하게’ 연출하려 하는 것도 자연이다. 풀밭에서 꽃과 식물을 채취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첫 장면이다. 요리사의 다른 이름은 농부이고 채취자, 생물학자다. 요리사의 재료 탐구는 자연에 대한 탐구다. 대가의 요리는 식품산업에서 멀어질수록 위대해진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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