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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죽음과 기억과 사투…노년은 사춘기다

등록 2016-05-24 19:38수정 2016-05-24 21:55

‘미스터 홈즈’ ‘오베라는 남자’

처음 맞닥뜨리는 나이듦 앞에서
좌충우돌 성장하며 철학자로
‘오베라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
노인에게도 ‘사춘기’가 있다. 최근 노인들을 다룬 영화들은 현명한 노인, 초연한 노인이라는 ‘전형성’을 탈피한다. 희로애락의 감정에 솔직하고 인생의 새로운 면을 깨달으며 ‘성장’한다.

<미스터 홈즈>에서는 그 유명한 홈즈를 데리고 왔다. 홈즈는 35년 전 사건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시골에서 벌을 치며 생활하고 있다. 93살이 됐다. 홈즈의 성격이 원래 좀 까칠하다. 회색 뇌세포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이성적’인 인간이다. 늙었다고 성격이 어디 가지 않는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고 어린애를 상대하면서도 일일이 사실을 바로잡는다.

홈즈의 자부심 ‘회색 뇌세포’에도 녹이 슬기 시작했다. 주치의는 요양원으로 옮길 것을 권하며 수첩을 하나 건넨다. 무언가가 기억나지 않을 때마다 수첩에다 검정 점을 찍어넣으라고. “점을 찍는 것마저 잊어버린다면”이라고 반격하는 명민함은 여전하지만, 수첩에 찍히는 점들이 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스터 홈즈’
‘미스터 홈즈’
기억을 잃어가는 홈즈가 매달리게 된 일이 있다. 은퇴의 계기가 된 사건을 기록한 왓슨의 소설이 순 엉터리여서다. 분명히 잘못되었는데 사건을 온전히 기억할 수가 없다. 홈즈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사실을 기록하려 애쓴다. 홈즈 곁에는 왓슨도 형 마이크로프트도, 숙적인 모리아티마저도 없다. 가정부 먼로 부인과 명석한 아들 로저 모자가 곁을 돌봐주고 있다. 로저는 새로운 왓슨이 되어 홈즈의 소설 쓰기를 돕는다.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의 베스트셀러인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무표정한 오베는 깐깐한 원칙주의자다. 오베가 보기엔 세상 사람들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는 주차장에서 제대로 주차되지 않은 자전거를 옮기고, 차 문이 제대로 닫혔나 발로 차본다. 마트에서도 두 개 사면 할인해주는 꽃을 하나만 들고 와 반값에 달라고 큰소리친다. “하나의 물건에 두 개의 가격이 있다니….”

오베는 일하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인생을 정리한다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로 삶의 이유가 없어진 터였다. 정장을 갖춰 입고 천장에 늘어뜨린 올가미에 목을 집어넣은 순간 초인종이 울린다. 자살하려고 지하철을 찾았다가는 사람을 구해 기자의 취재 대상이 된다.

옆집으로 이사온 무슬림 여인 파르바네의 가족은 계속 그의 집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보인다. 파르바네 가족들로 인해 그는 난데없이 고양이 양육을 떠맡고,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고, 아이를 봐주고, 출산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오베처럼 홈즈의 노년도 변화무쌍하다. 홈즈는 결국 기억의 사투를 벌여나간 끝에 왜 왓슨이 ‘거짓말’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난 상상력을 거의 쓰지 않소. 사실을 선호하지.” 홈즈가 일생을 지켜온 ‘사실 신봉’은 노년에 와서 큰 방향전환을 한다. 1939년생 이언 매켈런이 홈즈의 노년을 맡아 열연했다.

노년은 심해의 바다 같은 평안함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일생일대의 문제가 부딪히는 전장이다. 그 속에서 노인은 변하고 철학을 바꾼다. 이 싸움에 잘 대적할 만한 젊은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노년에 그런 큰 문제가 주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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