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2’ 제임스 완 감독.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컨저링 2’ 제임스 완 감독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집 또는
사랑스런 아이한테 찾아온 악령
여기에 타이밍 섞으면 공포만점
내 안의 불안 투사하며 힐링효과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집 또는
사랑스런 아이한테 찾아온 악령
여기에 타이밍 섞으면 공포만점
내 안의 불안 투사하며 힐링효과
제임스 완 감독은 <쏘우>를 시작으로 <데드 사일런스> <인시디어스> <데모닉> <컨저링> 시리즈 등으로 호러영화의 거장이라고 불린다. <컨저링2>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완 감독은 5월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26일 서울 압구정 씨지브이(CGV)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 등에서 성공적인 공포물을 만드는 비결을 이야기했다.
“코미디와 호러는 자매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둘 다 인간의 본능과 감성을 자극하는 장르로 웃음과 공포를 유발하는 극점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하다.” “관객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어서 공포물과 코믹물을 가장 좋아한다.” 완 감독은 공포물은 코믹물과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코믹물이 관객들에게 웃을 준비를 시키는 것처럼 공포물도 놀랄 준비를 시키다가 무서운 장면을 바로 꺼내야 하므로 두 장면 모두 결국은 타이밍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플롯이므로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어두운 밤 혼자 집 거실에 앉아 가장 무서운 순간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다”는 완 감독은 “마음속 근원에서 악몽을 유발하는 요소들, 머리 뒤편에 있는 두려운 것들, 귀신이나 악령의 요소들을 끌어내서 디자인한다”고 했다. 감독의 공포영화에는 항상 비슷한 소품이 등장하는 걸로 유명하다. <쏘우> 시리즈부터 <데드 사일런스> <컨저링> 등 여러 작품에서 장난감, 특히 목각인형이 자주 등장한다. <컨저링2>엔 장난감 텐트와 회전 전등이 나온다. 완 감독은 장난감을 배치하기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순진하고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물건이 악령에 씌었다거나 더럽혀지면 공포가 배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포의 무대가 집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에 실체도 없는 악령이 침투해 그 공간을 전부 차지한다면 관객의 불안도 극대화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컨저링2>는 1977년 영국 미들섹스주 엔필드시의 60년 된 주택에서 일어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장난감들이 날아다니고 가구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이 집은 폴터가이스트(가구가 날아다니는 등의 초자연적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화는 1편에도 나왔던 미국의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런 부부가 이 집을 찾아 악령과 정면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넣으면 관객들이 캐릭터 걱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워런 부부를 중심으로 시리즈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공포물에서 무서운 요소를 빼면 결국 남는 것은 드라마인데 캐릭터와 드라마를 잘 요리할 수 있다면 어떤 영화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그의 다음 영화로는 <아쿠아맨> <맥가이버>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예정돼 있다.
완 감독은 호러물이 아닌 영화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공포물 휴식기를 갖고 싶어 찍었다”는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은 전세계에서 15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감독은 “<컨저링2>를 찍으면서 다시 공포영화에 대한 애정을 찾았다”며 “내가 가진 공포나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을 스크린에 투영하고 관객들과 공유하면 평상시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작고 조용하고 여운이 깊은 스릴러”인 공포물을 사랑한다는 완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공포물을 만드는 것이 힐링의 효과를 주기도 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