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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올여름 찾아온 공포영화 코드 4

등록 2016-05-31 19:34수정 2016-10-11 09:50

영화 '썸니아'.
영화 '썸니아'.

#1 잠 나비 꿈이 나비떼를 부르는 아이
악령 꿈을 꾼다면 실제 악령이?

황혼의 술집에 가지 말라, 여름 캠프에 가지 말라, 섹스하지 말라, 히치하이커를 태우지 말라. 공포영화의 서바이벌 법칙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는 자의 ‘도덕경’이다. 공포영화는 보수적이기도 하다. 캐릭터는 ‘보통사람’이고, 이들은 상식적인 관계에 있고, 상식에 기반하여 스토리가 짜인다. 공포영화는 이 시대 가장 편안한 것, 가장 따스한 것,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닌다. 균열을 만들어 틈새를 들여다보기 위해. 이번 여름 공포영화가 들고 온 것은 잠, 아이, 전자기기, 집이다. 공포영화의 진화를 따라 장르적인 교집합도 활발하다.

잠: 잠들지 마라 지난 25일 개봉한 <썸니아>(감독 마이크 플래너건)는 ‘꿈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 이야기다. 영화는 아이를 잃은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면서 시작된다. 아이는 이전에 여러 번의 파양을 겪었다. 아이가 온 뒤 부부는 거실에 가득 날아온 아름다운 나비를 본다. 아이가 나비 꿈을 꿨고 아이가 꿈꾼 대로 현실이 되어서다. 아이는 탄산수를 마시고 각성제를 복용한다. 잠을 자면 악몽 속에 무서운 캔커맨이 나타나서다. 영화는 입양, 병까지도 공포의 대상으로 삼지만 모든 것을 해결하는 중심점으로 ‘모성’을 갖고 온다. 알고 나면 무섭지 않다는 공포영화의 ‘소격효과’를 결말에서 보여준다.

영화 '컨저링 2'.
영화 '컨저링 2'.

#2 아이 아이 입을 빌려 속삭이는 악령
‘지못미’ 감정 너머 더 큰 공포

아이: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악령은 항상 여자와 아이들을 노린다. <컨저링2>(6월2일 개봉, 감독 제임스 완)에서 악령은 11살 자네트 등 뒤에 숨어 속삭이고 그의 입을 빌려 말한다. 액션 영화에선 노약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호러 영화는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없을 때 인간은 무력하고 공포에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모성조차 믿을 수 없다. <더 보이>(6월1일 개봉, 감독 윌리엄 브렌트 벨)에서 그레타는 영국의 저택에 입주 유모로 들어간다. 나이 든 부모가 돌보라며 소개한 아이는 인형이다. 화재로 아이를 잃은 부모 앞에 며칠 뒤 인형이 나타났고 부모는 인형을 브람스로 이름 짓고 20년째 길러오고 있다. “조금씩 변하다가 이렇게 됐어요. 믿지 못하겠지만 우리 아이는 살아 있어요.” 아이를 잃은 적이 있는 그레타는 브람스가 살아 있다고 진짜로 믿기 시작한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 3'.
영화 '무서운 이야기 3'.

#3 기계 인간이 만든 로봇과 기계가
입력된 회로를 벗어난다면?

전자기기: 친구에게 영혼이 없으랴 한국 감독 3명이 만든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 3: 화성에서 온 소녀>(6월1일 개봉)에서 ‘기계령’(김곡 감독)의 주인공 역시 엄마다. 아들 진구를 옆에서 돌보는 것은 로봇 둔코이다. 이제는 낡아서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를 상처 입히고 샐러드에 엉뚱한 기름을 뿌린다. 엄마(홍은희)는 “진구의 영원한 친구” 둔코를 버리고 다른 유모 로봇을 사려고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뒤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입력된 계산만이 아니라 새롭게 부딪힌 복잡한 수식을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생각도 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다. ‘회로를 벗어난 사고’는 <어비스: 메가 샤크>(감독 에밀 에드윈 스미스, 6월16일 개봉)의 기본 얼개이기도 하다. 생물과 인간이 만든 기계가 바다에서 싸우는 ‘조스’풍 해양물이다.

영화 '잔예'.
영화 '잔예'.

#4 집 혼자일 때 들리는 이상한 소리
집 안에 나 말고 다른 존재가?

집: 혼자 살지 마라 7월 개봉하는 <잔예: 살아서는 안 되는 방>(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은 집을 공포로 삼았다. 특히 ‘1인 가구’를 겨냥해 “당신의 집에 혼자 산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무섬증을 들게 한다. ‘잔예’란 불길한 터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앙을 뜻하는 말이다. 잡지에 공포물을 연재하던 작가에게 1인 가구의 여성이 편지를 보낸다. 집 안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작가와 여성은 조사를 해나가며 집터 밑에 겹겹이 쌓인 억울한 사정을 알게 된다.

공포물도 지엠오(GMO) 시대 오컬트공포좀비스릴러 <곡성>이나 좀비시대물로맨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처럼 장르의 혼종교배가 활발하다. <무서운 이야기 3>의 ‘여우골’(백승빈 감독)은 듀나의 에스에프(과학픽션)를 원작으로 ‘링커우주’를 다루고 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미지의 존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찾는다. 같은 영화 속 또다른 옴니버스 ‘로드레이지’(김선 감독)도 고속도로 보복운전을 소재로 삼은 공포영화다. 오랜만에 보는, 쫓기고 달리는 것으로 숨막히게 하는 공포물이다.

구둘래 남은주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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