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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붕괴된 광산에서 노다지를 쫓는 두 남자

등록 2016-06-27 18:03수정 2016-06-27 19:41

영화 <사냥> 두 주역 안성기· 조진웅 인터뷰

생존자 안성기
구르고 넘어지기 대역없이 직접
“노출수위 높여…노인 역 많았으면”

악역 조진웅
탐욕스런 쌍둥이 형사·엽사 1인2역
“덜 못되게 보일까 원없이 빠져들어”

조진웅.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진웅.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냥>(이우철 감독)은 인간 탐욕의 추격전이다. 역사적 사건의 현재적 상처를 소재로 가져왔다. 15년 전 탄광이 무너져 광부들이 사망한 사건의 기일, 빗속에 무너진 산에서 나온 금을 두고 탄광 사고의 생존자 기성(안성기)은 금을 차지하려는 형사 명근(조진웅)이 불러들인 쌍둥이 엽사 동근의 일당과 16시간의 산중 추격전을 벌인다. 추격전의 주역 안성기와 조진웅을 27일 오후 연이어 만났다.

<사냥>은 ‘국민배우’ 안성기의 오랜만의 주연작이다. 2014년 임권택 감독의 <화장> 외에는 근래에 배역이 크지 않았다. <사냥> 시나리오를 쓴 김한민 감독은 배역 이름을 안성기의 이름을 거꾸로 따 ‘기성’이라고 지으며 첫 단계부터 그를 염두에 두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묶은 안성기는 젊은이들과의 총격전에서 살아남는다. 물에 젖은 채로 빼앗은 엽총까지 두 개의 총부리를 겨눌 때 상대방의 입에서 “뭐 람보야?”라는 말이 나온다. 기성 역할 자체가 안성기의 영화 이력을 대변한다. 59년 영화 인생에서 1952년생 안성기는 하회탈 같은 주름 가득한 나이 그대로 살아남았다.

<사냥>에서 안성기는 16시간의 추격전, 구르고 넘어지고 물에 빠지고 상처 입고 동네 아이 양순(한예리)을 업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을 견뎌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힘들겠구나 했지만 그건 나중 문제였다. 이런 캐릭터를 만난 기쁨이 더 앞섰다.” 그는 스턴트 대역이 할 일이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 40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온 때문인지 찢어진 러닝셔츠 사이로 보이는 몸매가 탄탄하다. “일종의 노출신이다. 입고 나온 소매 없는 러닝셔츠는 직접 챙긴 거다. 제 또래의 분들에게 희망도 되고 절망도 될 것 같다. 이런 나이 든 배역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안성기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중 명근의 경찰 상관인 맹 반장(손현주)은 “오늘이 대체 어떤 날인 줄 알고 산에서 총질을 해”라며 화를 버럭 낸다. 15년 전 탄광 사고 이후 안성기는 ‘생존’의 부채감에서 살아간다. 사고 뒤 46일 만에 발견된 기성은 ‘어떻게 살아남았느냐’는, 힐책을 숨긴 질문을 받아야 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산속을 헤매던 그는 양순에게서 “할밴 잘못 없다”라는 말을 듣고야 마음의 상처를 씻어낸다.

안성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안성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의 죽여도 죽여도 살아남던 사이코패스 형사를 비롯해, 최근작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까지 주로 악역을 맡아왔다. 몇 안 되는 선한 역인 이재한 형사(드라마 <시그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번에는 악역으로 돌아왔다. <사냥>에서 지역 경찰서 형사 명근과 엽사인 동근, 1인2역이다.

간단하게 ‘악역’이지만 조진웅에게 가면 간단하지 않다. “악역이랄 수 있을까. 동근의 대사 중 ‘지긋지긋한 빚 탕감 안 할 거야?’ 이런 말이 나온다. 산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학교수고 세무서 직원이던 보통의 사람들이 변해간다. 동근도 마찬가지다.” 조진웅은 역을 맡으면 전사를 만들어간다. “책(시나리오)에 나오는 이정표에 따라 어떻게 표현할지 출발한다. 이 사람, 진한 갈색 같애, 혼자 그러기도 한다. 이 사람 새끼발가락이 없을 수도 있겠다…. 이런 게 쌓은 걸 현장에 집어던지면 걔가 걷고 말하고 마시게 된다.” 그래서 전사가 명확한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는 재미없었다. “정의로워야 하고, 답을 이야기해야 하고….” 새로운 도전은 재미있다. “멜로를 한다면, 뚱뚱한 사람의 멜로가 재밌겠다. 허리가 굽어지지도 않는 그런 사람의 멜로. 사람이 살아가는 밀도 깊은 사랑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멜로인 그런 멜로를 하고 싶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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