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로 ‘변칙 개봉’한 <부산행>. 뉴 제공
7월15~17일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부산행>이 2위에 올랐다. <부산행>은 7월20일에야 정식 개봉했다. 개봉도 하기 전 상태에서 박스오피스에 오른 것이다. 15~17일 3일간 ‘유료 시사’를 통해 관객을 모았다. 표값을 내고 보는 것이므로 ‘개봉’과 다를 바 없다. ‘변칙 개봉’이다. <부산행>은 주말 동안 431개 관에서 2699회 상영했고 56만5천명이 관람했다. 좌석 점유율은 91%에 이르렀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나우 유 씨 미2> 역시 정식 개봉 전에 653개 관에서 3430회 상영해 30만 관객을 미리 확보했다.
변칙 개봉으로 그 주 주말을 노리고 개봉한 영화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중소 영화가 2주 이상 개봉관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이런 변칙 개봉은 직격탄이 된다. 13일 개봉한 <데몰리션>은 약 30~40%의 관객 감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화요일(19일) 오전에 3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부산행> 변칙 개봉이 없었다면 주말에 3만명을 돌파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한다. <데몰리션>의 상영 횟수는 14일 379회에서 대목인 주말 17일엔 267회로 줄었다가 평일인 18일 367회로 다시 늘었다.
<부산행> 제작·배급사인 뉴는 2013년에는 ‘변칙 개봉’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한 적이 있다. 그해 8월14일 <감기>와 뉴의 제작·배급작인 <숨바꼭질>이 동시에 개봉했는데, <감기>가 유료시사로 13만 관객을 선점하고 시작했다. 2013년 ‘유료시사’라는 꼼수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드래곤볼 제트(Z)>의 수입사는 <슈퍼배드2>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부산행>은 평도 좋고 변칙 개봉을 안 해도 흥행이 잘될 텐데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면서까지 왜 이런 졸렬한 변칙 개봉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부산행>은 개봉일 역대 최대 예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역대 최대 규모의 ‘변칙 개봉’ 기록도 세웠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