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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박해일, 촬영장 공기가 흐르는 소리를 듣는 배우

등록 2016-08-02 16:44수정 2016-08-02 16:47

<덕혜옹주>서 독립운동가 역으로 스크린 복귀
“여지껏 내가 맡았던 캐릭터들의 좋은 점 모아”

영화 <덕혜옹주>의 '김장한'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일.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화 <덕혜옹주>의 '김장한'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일.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화에서 박해일의 사랑은 좀처럼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향한 사랑 역시 이루어질리가 없다. 그러나 그가 영화에서 덕혜옹주(손예진)에게 다가 설 때마다 극장엔 설레임이 감돌곤 했다. 박해일은 일본으로 쫓겨난 황녀를 중국 상하이로 망명시키려고 시도했던 독립운동가 김장한을 연기한다. 시대적 소명과 낭만이 겹치는 인물이다. 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일은 시종 조심스럽게 영화를 어루만지듯 이야기했다.

“정지우 감독님 <모던보이>(2008)에서 친일파 갑부의 아들을 연기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그에게 뭔가 다른 각성이 찾아온다. 그 영화를 찍고 언제가 이 시대로 다시 돌아온다면 좀더 진지하게 접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작년 초봄 허진호 감독님이 <덕혜옹주> 시나리오를 건내주셨다.” 김장한은 덕혜옹주가 어렸을 때 일본인과의 정략결혼을 막기 위해 고종이 덕혜옹주와 약혼시키려 했던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인물이다. 극중 김장한은 덕혜옹주의 망명을 돕는 과정에서 덕혜옹주와 미묘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의 교류를 보여준다. “올곧은 독립운동가지만 덕혜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것이 박해일의 설명이다. 탈출 장면에선 상당한 난도의 액션 신 또한 연기해야 했다. 박해일은 “이 영화에 또다른 캐릭터가 하나 있다면 시대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큰 그림으로 삼고 제가 여지껏 다른 영화에서 해왔던 배역들의 좋은 점을 직관적으로 유지하면서 해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덕혜옹주>의 '김장한'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일.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화 <덕혜옹주>의 '김장한'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일.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덕혜옹주 일대기를 훑는 영화인 만큼, 박해일 또한 20대 젊은 군인부터 50대 후반 기자 역할까지 여러 나이대를 연기해야 했다. <연애의 목적>에서 20대 교사를, <은교>에서 70대 시인을 맡았던 덕인지 연령대의 변화나 노인 분장 등이 어색하지 않다고 했더니, “나이 들어서 (정말 분장한 것과 비슷한지) 비교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허진호 감독과 함께 한 <덕혜옹주> 촬영현장을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모두 각기 미묘한 감정을 유지하면서 너무 멀지도,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은 거리에 있으려고 했던 순간들”로 기억했다. “카메라 찍는 소리조차 들릴듯 말듯 분위기와 뉘앙스가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쭉 갔어요. 그게 영화의 공기든 뭐든 영화에 그대로 담긴 것 같아요.” 그러면서 허 감독에 대해 “동네에서 문학하는 사람같다”고 평했다. 촬영 현장의 미세한 분위기를 읽어내는 연출 능력에 대한 친근감을 담은 찬사로 들린다.

그는 최근에만 <경주> <필름시대 사랑>과 단편 하나 등 3편을 함께 찍은 장률 감독에 대해서도 “우리 집 옆 동네(마포) 사시는데 동네 시인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그가 함께 일하기를 좋아하는 감독들은 어쩐지 비슷하다. 물론 촬영장 공기의 흐름까지 알아챈다는 박해일 또한 천상 ‘동네 문인’ 같은 배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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