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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무너진 ‘터널’, 우리는 구조될 수 있을까

등록 2016-08-07 23:20수정 2016-08-07 23:23

재난영화 ‘터널’이 던지는 질문
생수와 딸 생일케이크가 전부인
평범한 자동차 딜러의 조난기

사고 즉시 작동을 멈추는 사회
‘직유’에 가깝게 현실 풍자
다음에 닥칠 재난은 또 무엇일까
올여름 한국영화 빅4 중 하나인 <터널>이 오는 10일 개봉한다. 오락성과 작품성 사이 균형을 잡은 웰메이드 재난영화라는 평이 나온다.   쇼박스 제공
올여름 한국영화 빅4 중 하나인 <터널>이 오는 10일 개봉한다. 오락성과 작품성 사이 균형을 잡은 웰메이드 재난영화라는 평이 나온다. 쇼박스 제공

영화 시작 5분30초 만에 터널이 무너졌다. 터널에 들어오기 전까진 운전을 하면서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고 집으로 오면서도 영업을 챙기는 등 초 단위로 일상을 살던 자동차 딜러 정수(하정우)의 시간은 무너진 터널에 갇히면서 갑자기 멎어버렸다. 그를 구하기 위해 터널 바깥에 모인 사람들의 시계도 고장 나긴 마찬가지다. 엉뚱한 곳을 쑤시고 두드리느라 조난자를 구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낸다. 주인공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는 숨찬 영화 <끝까지 간다>(2014)를 만들었던 김성훈 감독은 이번엔 사고 즉시 작동을 멈춰버리는 사회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터널>이다.

터널에 매몰된 정수(하정우)의 아내 역을 맡은 배두나. 쇼박스 제공
터널에 매몰된 정수(하정우)의 아내 역을 맡은 배두나. 쇼박스 제공

다행히도 그에겐 터널에 들어오기 직전 주유소에서 받은 500㎖ 생수 2병과 딸에게 주려고 산 케이크 1개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서진 차 안에서 어떻게 버틸 것인가. 엎친 데 덮치고 무너진 데 불나는 다른 재난영화와는 달리 <터널> 속 주인공은 콘크리트 더미를 헤치며 꼼지락꼼지락 살길을 도모한다. 상영시간 절반 넘게 카메라는 터널 안을 비추지만 생존자가 구조자보다 유능한 영화는 결코 어둡거나 답답하지 않다.

<터널>에서 구조대장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쇼박스 제공
<터널>에서 구조대장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쇼박스 제공
<터널>은 드라마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의 능력을 과장하거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추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조기축구회에서 뛰는 건강한 젊은 남자, 예의 바르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바쳐 남을 구하는 일까진 엄두를 못 내는 평범한 그를 보며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입장에 서게 된다.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아내(배두나)와 구조대장(오달수)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의 절망이나 분노를 극대화하지도 한없이 악랄하거나 무능한 적을 만들지도 않는 영화는 비현실적 재난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다.

그런데 그 재난은 정말 비현실적일까?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다가 구조 활동마저 방해한 일이 있었는데 기자가 구조대원보고 비키라고 하는 영화 속 한 에피소드는 그때 일과 겹쳐진다. 여성 장관이 민심 안정용으로 사고 현장을 찾아 “전문가가 확실히 구조해야 할 것”이라는 하나 마나 한 소리나 하고 한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 멱살을 잡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 때와 겹친다. 김소희 영화평론가는 “최근 몇몇 한국영화들이 세월호를 증상이나 은유로 새겨넣은 데 견줘 이 영화는 직유에 가깝다”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널>은 오락영화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진짜 재난은 무엇인지, 우리는 구조될 수 있는지 묻는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 재난은 또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 물부터 찾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확인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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