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 더 스카이>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늘리지 못하자 여름 성수기가 지나고 다시 상영을 지속하는 이례적인 방법을 택했다. 판씨네마 제공
7월14일 개봉한 개빈 후드 감독의 <아이 인 더 스카이>는 7월26일 상영을 중단했다. 종영이 아니라 ‘중단’인 이유는 여름 성수기를 지나고 8월25일부터 메가박스 필름소사이어티 관에서 다시 상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수입·배급하는 판씨네마 채연정 팀장은 “처음엔 스크린 수 200개를 넘었지만 7월20일부터 50개로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그다음엔 아예 상영할 곳을 찾지 못했다. 미국 영화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5%를 받는 등 비평에선 뛰어난 평가를 받은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과 애착 때문에 여름 성수기 뒤 다시 상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00억대 자본이 투여된 대작 한국영화와 더 거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한판을 겨루는 여름 영화 대전이 격렬해지면서 작은 영화들의 ‘콜래터럴 대미지’(부수적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가 ‘의문의 1패’를 기록하는 가운데, 틈새 활로를 찾아 뜻밖의 선전을 이어가는 영화들도 있다.
최근 ‘내부 사정’을 이유로 개봉 연기를 알리는 영화가 늘어나는 것도 대작 경쟁 때문이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 <트루스>는 17일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25일로 늦췄다. <터널>이 10일 개봉하는 등 대형영화들 경쟁이 8월에도 여전하자 한 주를 늦춘 것이다. 김보성 주연 <사랑은 없다>는 8월 중 개봉하려다가 9월로 연기했다. 이 영화 배급사 제인앤유 관계자는 “예술영화전용관에서라도 상영 기회를 얻기 위해 다양성 영화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8일 7만 관객을 넘어선 <나의 산티아고>. 영화사 진진 제공
예술영화전용관은 극장가 치열한 전쟁터에서 피난처다. 7월13일 개봉한 장마르크 발레 감독 <데몰리션>은 개봉 첫주 전국 일반상영관 150개 스크린에서 상영했지만 좌석점유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개봉 2주차엔 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상영을 이어나갔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6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고 있다. 7월14일 개봉한 <나의 산티아고>도 75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상영하면서 7만 관객을 넘겼다. 예술영화관의 경우 10만 관객이 흥행작의 기준으로 꼽힌다. 지난해엔 <러덜리스>가 7만명, <심야식당>이 13만명을 넘겼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한국독립영화도 작은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는 <데몰리션> <나의 산티아고> 외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우디 앨런 감독의 <이레셔널 맨> 등이 10만에 도전하고 있다. <나의 산티아고>를 수입·배급하는 영화사 진진의 정태원 배급팀장은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여행영화인 <나의 산티아고>는 가능하면 많은 상영관에서 개봉하고, 고정관객이 확실한 <내셔널 갤러리> 같은 영화는 작은 상영관에서 장기 상영하는 등 영화마다 전략을 달리 가져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고정 팬층이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름은 작은 영화가 불황을 견디는 힘이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한 장면. 씨네큐브 제공
아트하우스모모를 운영하는 백두대간 최낙용 부대표는 “상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스크린을 가져가기보다는 작은 스크린에서 장기 상영하는 것으로 방향전환하는 예술영화들이 많다”며 <나의 산티아고>, <보이 인 더 월드>, <리우 2096>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7월14일 <캠핑> 개봉을 예고했다가 취소한 제인앤유 관계자는 “대작들 사이에서 상영되는 작은 영화들의 운명은 대부분 뻔하다. 좀더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 온라인 상영으로 전환하게 됐다. 제작비·스타 등으로 평가되는 시장에서 좀더 다양한 플랫폼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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