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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살아있을 땐 꿈을 꿔야지”

등록 2016-08-11 14:53수정 2016-08-11 20:31

영화 <딜쿠샤> 만든 김태영 감독
뇌출혈로 쓰러진뒤 장애인 됐지만
희망 이뤄가는 이웃 이야기 담아
<딜쿠샤>를 만든 김태영 감독.  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딜쿠샤>를 만든 김태영 감독. 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김태영(59) 감독은 <베트남 전쟁, 그 후 17년>(1993), <세계영화기행>(1995) 등을 만든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가 운영하는 독립다큐멘터리 프로덕션 인디컴이 명성을 얻자 2002년부터 <2009 로스트 메모리즈>로 대형 극영화 제작에도 나섰고, 2003년엔 뮤지컬 영화 <미스터 레이디>를 만들다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말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됐고, 그가 전재산을 다 바친 영화는 제작이 무산되면서 회사는 파산했다. 밑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영화감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그런 자신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2013년 8월15일 서울 서대문 딜쿠샤에서 첫 촬영을 했다. 지난 7월20일 마지막 촬영을 했으니 3년 동안 찍은 영화다. 40회 촬영을 예정했는데 90회를 넘었다. 그 사이에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들은 결혼하고, 트럭에 차린 데뷔무대에 오르고, 노래를 만드는 등 저마다 꿈을 이루었다. 곧 이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게 됐으니 나도 꿈을 이뤘다.” 지난 3일 영화 <딜쿠샤> 촬영이 시작됐던 곳, 딜쿠샤의 김정옥씨 방에서 만난 감독은 행복해했다.

딜쿠샤는 3·1운동 독립선언서, 제암리 학살 사건 등을 외신으로 처음 보도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의 서양식 집으로 그가 일제에 의해 추방된 뒤 몇 가구가 세들어 살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무명의 트로트 가수 김정옥씨(억순이), 병든 아내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 주고 싶은 그룹 ‘영사운드’ 드러머 김만식씨, 김태영 감독과 동거하는 나종천씨,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연극연출가 기홍주씨 등 인생의 나락을 겪고 있는 김 감독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영화가 됐다.

힌두어로 ‘희망의 궁전'을 뜻하는 영화 <딜쿠샤>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힌두어로 ‘희망의 궁전'을 뜻하는 영화 <딜쿠샤>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김태영 감독은 영화 촬영 도중인 2014년 2월 다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월세를 못내 살던 집에서 쫓겨나 1년동안 고시원에 있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응급실에서 셀카를 찍어가며 촬영을 계속해왔다. 병원 가운 재단사였던 김정옥씨는 상가를 잘못 사는 바람에 빚만 잔뜩 떠안고 딜쿠샤로 왔다. 가사도우미를 해서 번 돈으로 음반을 2장이나 냈다. 힌두어로 ‘이상향, 기쁨’을 의미하는 <딜쿠샤>는 가진 게 없어도 꿈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내 이야기를 넣을 땐 망설였다. 이 영화가 실패하면 내겐 더 이상 제작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누가 고시원에 사는 제작자에게 투자를 하겠느냐. 그러나 이정도까지 보여주지 않고서는 껍데기”라고 했다. “방송은 정해진 형식대로 설계하는 것이라면 영화는 내가 짓는 집이다. 판타지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는 감독은 영화에서 조선의 궁궐을 걷고 하늘을 나는 모습 등을 넣어 현실과 환상을 자유분방하게 오간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라이징시네마 쇼케이스 관객상을 받고, 제7회 디엠지(DMZ) 국제다큐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던 <딜쿠샤>는 10월초 개봉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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