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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고산자의 ‘집념’의 실체는 무엇일까

등록 2016-08-31 14:22수정 2016-08-31 21:09

한국 산천을 아름답게 그린 추석 개봉 영화 <고산자>
추석 개봉 영화 <고산자>는 아름다운 계절에 당도한,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낸 영화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추석 개봉 영화 <고산자>는 아름다운 계절에 당도한,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낸 영화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추석용 맞춤 영화 <고산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던 김정호를 모델로 한 영화로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이다. 울진 왕피천, 여수 여자만, 합천 황매산, 북한강, 백두산 등 영화 속 수려한 풍광이 현실에 방금 당도한 계절의 아름다운 정취에 어울리고, 한반도를 정확하게 기록해 처음으로 그 모양새를 드러낸 위대한 인물에 대한 조명도 한가위에 맞춤이다. 차승원이 오랫만에 스크린에 등장해 뚜벅뚜벅 걷고 또 걷는 고산자 김정호를 재현했고, 혼돈의 시대를 끌고 가는 인물 흥선대원군으로 유준상이 출연했다.

■ 보기만 해도 울컥한 실체 고산자는 실존인물이지만 역사에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기본 자료가 되어준 것은 박범신의 동명 소설이고, 상상의 무게를 묵직하게 달아준 것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열한장 남아 있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이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기 전 박물관에 먼저 가보았다고 한다. 대동여지도 목판에는 ‘고산자’와 ‘대동여지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지만, 김정호 사후 수많은 전란을 겪은지라 ‘진품’이라고 여겨지지 않아 박물관 수장고에 있다가 1995년에야 그 이름을 인정받았다. 영화 말미에 목판의 실체가 보여진다. 31일 시사 뒤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은 그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시나리오에도 없고 소설에도 없는 목판이 보고 싶었다. 박물관에 들어간 순간 기절하는 줄 알았다. 원판을 찍으면서 어떤 드라마를 죽을 때보다 훨씬 울컥거렸다. 미술감독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엄숙하게 찍은 것 같다.”

■ 집념과 역사의 대결 영화는 고산자가 3년반 동안 지도 제작을 위해 전국을 떠돌다 집으로 돌아온 때를 이야기 중심으로 끌어왔다. 소설과 사뭇 다른 점이다. 순실 어머니 혜련스님과의 사랑이나 김삿갓과의 만남 등은 사라졌다. 안으로는 세도정치, 밖으로는 외세 침입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정세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책을 내세우며 세도가들에 대항하기 위해 보부상을 조직하고 이를 위해 김정호가 제작하는 지도를 손에 넣으려 한다. 세도가들 역시 이 지도가 필요하다. 그 사이에서 고산자는 어느 세력에게도 지도를 넘겨주지 않고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집념’을 보인다. 고산자의 ‘독도 탐방’은 그의 집념의 절정을 보여주려는 에피소드지만, 현대 영토 분쟁을 염두에 둔 설정이기도 하다.

■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연기자들은 역사 속 인물이 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했다. 차승원과 김인권은 목판 제작 기술을 익혔고 유준상은 난초 치는 것을 배웠다. 기자간담회에서 유준상은 “대원군이 친 난을 보면 정세에 대한 비유가 다 들어 있다고 하더라. 붓 하나로 역사를 그려낸 것”이라고 말했다. ‘삼시세끼’ 등의 대사가 등장하지만 차승원 역시 “애드리브가 허용되지 않는 현장”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고산자의 ‘집념’의 요체가 무엇인지는 아리송하다. ‘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내던져 지도를 만들었을까’란 질문에 대해 영화는 두가지 답을 내놓는다. 첫 번째는 고산자 아버지의 죽음이다. 그는 홍경래 난을 진압하는 지원군으로 나서지만 잘못된 지도 때문에 일행들과 겨울산에서 몰살당하고 만다. 두 번째는 영화 말미 고산자의 대사처럼 “가슴이 뛰기 때문”이다. ‘민중이 옆에 두고 볼 지도 제작’이라는 인본주의를 따르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를 그리는 방식이 너무 평면적이다. 세찬 풍파 속 위인의 일대기로 그려지면서 고산자의 복합적이었을 삶이 단순해져 버렸다. ‘위대함’의 무게에 짓눌린 것이다. 역사적 상상력이란 현대에 전해진 역사에서 바라본 해석이 아니라 그 시대에 몰입하는 디테일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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