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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섹시하지 않은 여자들이 멋지다

등록 2016-08-31 15:23수정 2016-09-23 15:58

여성들의 <고스트버스터즈> 관람 열풍
<고스트버스터즈>에 대한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심상찮다. 왼쪽부터 애비(멀리사 매카시), 질리언(케이트 매키넌), 에린(크리스틴 위그), 패티(레슬리 존스). ♣H6유피아이 제공
<고스트버스터즈>에 대한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심상찮다. 왼쪽부터 애비(멀리사 매카시), 질리언(케이트 매키넌), 에린(크리스틴 위그), 패티(레슬리 존스). ♣H6유피아이 제공
홀츠먼(케이트 매키넌)이 “새 장난감을 깜빡했네”라며 쌍권총을 꺼내 혀로 권총을 핥을 때 극장 안은 “까악” 소리로 가득 찼다. 패티(레슬리 존스)가 애비(멀리사 매카시)의 몸속에 들어간 유령을 쫓기 위해 뺨을 때릴 때는 큰 소리로 깔깔거렸다. 유령을 퇴치하고 그 유명한 주제곡이 나오자 박수소리에 극장이 들썩거렸다. 지난 30일 저녁 <고스트버스터즈>를 상영한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멀티플렉스의 한 관을 가득 채운 관객은 거개가 여성이었다. 한 관을 빌린 ‘단체 관람’이었다. 트위터 계정을 통해 행사를 제안하고 진행한 ‘페미니스트 코미디 클럽’의 김경은씨는 “여성끼리 영화 보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 단체 관람을 계획했는데 신청자가 많아서 한 관을 다 빌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단체 관람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만 하루가 되지 않아 좌석이 꽉 찼다. 취소표까지 재신청을 받아 이날 단체 관람 참석자는 147명으로 ‘만석 대관’이었다.

1980년대 영화를 여성 주인공 4명을 내세워 리메이크한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 대한 여성들의 환호성이 심상찮다. 여성 캐릭터 영화에 대한 ‘격한 공감’이다. 중심에는 <스파이> <히트> 등을 통해 첩보물·형사물을 뒤집는 역할을 보여준 멀리사 매카시와 폴 피그 감독이 있다. 거기에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팬들을 확보한 크리스틴 위크, 레슬리 존스, 케이트 매키넌이 합류했다. “로맨스에서 벗어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는 매키넌의 말은 이들이 작정하고 관습적인 여성 연기를 벗어버렸음을 말해준다. 이들과 함께 일하는 유령잡이 회사의 유일한 남자 직원으로, ‘쾌감’과 ‘짜증’을 동시에 유발하는 근육질 미남 케빈(크리스 헴스워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고정된 여성 역할에 대한 ‘미러링’을 수행한다. 영화에는 여성들이 즐길 코미디 코드가 즐비하다. 도시를 파괴하는 요령부득의 괴물을 공격해야 할 때, 4명은 합심하여 프로톤 광선을 ‘그 부분’에 쏜다. 안내 데스크 직원 케빈을 면접 보면서 애비는 이중적인 성적 농담을 한다.

여성 관객들은 <고스트버스터즈>에 대한 공감을 감상평으로 올리고 있다. “여자 넷 캐릭터 설정과 케미스트리 너무나 완벽. 이런 ‘여성영화’가 가능하다는 게 감격스러울 정도.” “평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성별만 반전시켰을 뿐인데도 나에게 주는 쾌감이 엄청나서 좀 놀랐다. 여성 인물들이 이야기의 도구나 장식물이 되지 않고 능동적으로 극을 이끄는 영화 여태 드물었을까.” “여태까지 이런 걸 남성들만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면 괘씸하고 무척 화나지만 그래도 재밌는 요상한 기분을 느껴보세요.”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남녀 관객의 반응이 상반된다. 한 남성 블로거는 “이것은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의 영화”라며 여성 중심의 리메이크에 대한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문화 전문지 <살롱>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 매긴 로튼토마토(미국 별점 사이트)의 별점 차가 극명하다. ‘별로’(thumbs down)라고 한 이의 77%는 남성이었고, 84%의 여성은 ‘최고’(thumbs up)라고 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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