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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밀정’ 송강호 “회색빛 내 연기에 관객들 생각 많아질듯”

등록 2016-09-04 17:44수정 2016-09-04 21:34

<밀정>의 복잡다단한 인물 이정출은 송강호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밀정>의 복잡다단한 인물 이정출은 송강호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송강호는 ‘이상한’ 배우다. 딱히 잘생기지도 않았고 경상도 사투리를 숨기지 못한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작품 <놈놈놈>에서 맡은 역 ‘이상한 놈’처럼 그는 영화판에 ‘이상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임대호(<반칙왕>), 오경필(<공동경비구역 JSA>), 송우석(<변호인>) 등의 복잡다단한 인물들이 그의 해석으로 태어났다. 한국 영화의 도약은 여러 복합적인 캐릭터를 절묘하게 표현해낸 그의 연기에 어느 정도 빚지고 있다.

<밀정>의 김지운 감독은 그를 “성격 창출의 독보적인 감성을 갖고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밀정>에서 그가 맡은 이정출은 애매모호한 ‘회색빛’ 인간이다. 송강호가 연기했기에 생겨난 ‘생활감’과 ‘설득력’이 분명하게 보인다. 지금은 광주에서 광주항쟁을 다룬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를 찍고 있는 송강호를 8월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밀정>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은 황옥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 일제 경찰이던 황옥은 1923년 국내로 폭탄을 반입하려는 의열단의 계획을 돕다가 체포됐다. 역사학계에서는 그가 의열단의 조력자였다는 설과 일제의 앞잡이였다는 설이 딱 반분된다.

“일제 강점기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 시나리오는 시선이 새로웠다. 붉은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의 시대를 묘사하는 창의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그도 판단 유보 상태로 연기를 했다. “독립투사를 도왔다는 설이 강력하지만 어찌 됐건 일제 앞잡이인 인물이다. 인물을 판단하는 영화라기보다는 회색빛 인물이 살아가는 얘기를 통해서 아픈 역사를 이야기한다.”

<밀정>의 이정출을 연기한 송강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밀정>의 이정출을 연기한 송강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첫 장면부터 이정출의 고뇌가 느껴진다. 실존 독립투사인 김상옥 의사 검거 장면에서 그는 곳간에 몰린 의사와의 독대를 자청한다. “그래도 목숨은 보존해야 하지 않느냐”고 회유하기 위해서다. 임시정부에 몸담았다가 일본 경찰이 된 이정출 본인의 심사를 담은 말이기도 할 것이다. 총에 맞아 끊긴 김상옥 의사의 ‘엄지발가락’은 이정출의 마음을 표현하는 중요한 메타포다. 이정출은 영화 속에서 서로를 떠보기 위해서 만난 의열단원 김우진(공유)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 발가락을 손바닥에 올려보았지. 너무 가볍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송강호는 이 대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산 같은 친구지만 죽고 나니 허무하다, 이런 말일 것이다. 그보다도 그만큼 조선의 어떤 독립을 위해서 투쟁하신 노력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하는 뜻으로) 해석이 되더라.”

영화에서 이정출의 말을 들은 김우진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경찰 아니면 폐병쟁이 시인이 됐겠다.” 경찰이자 시인, 완전히 상반된 인물이 이정출 안에 있다. “좌절의 시대고 고통의 시대이기 때문에 마음속대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다들 ‘마음의 창가’(뱉을 수 없는 마음속 노래) 하나씩은 갖고 있는 시대가 아닐까. 김우진도 연계순(한지민이 연기한 의열단 단원)도 그렇지 않았을까.”

송강호이기에 방황하는 인물의 고민이 생생하게 관객들의 눈높이로 전달된다. <밀정>이 현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를 송강호는 이렇게 요약했다. “제가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어찌 됐건 관객들은 삶의 지혜를 얻을 거다. 신념에 대한 생각도 들고,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나라에 대한 생각도 가질 것 같고, 개인의 가치관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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