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3D 영화들
결국 영화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달빛궁궐>에선 여자아이가 ‘달빛세계’나 ‘거울나라’로 모험을 떠난다. <드림쏭>의 버디는 꿈을 찾아 대도시로,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은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다.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되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은 어른들 또한 공감할 만한 애니메이션 및 3디(D) 작품들이 추석을 맞아 찾아온다.
■ 드림쏭 <드림쏭>(애쉬 브래넌 감독)은 동물들의 세계를 우화로 가져온 ‘록앤롤’ 영화다. 양들이 사는 눈의 마을, 버디는 아버지를 이어 경비견이 될 운명이지만 영 성미에 맞지 않다. 어릴 때부터 기타 치는 것을 즐거워했고, 비행기에서 떨어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앵거스의 노래를 듣고 록스타의 꿈을 품는다. 마을 이장의 설득으로 대도시로 나갈 수 있게 된 버디는 앵거스를 찾아가 무조건 제자로 받아달라고 사정한다.
영화는 등장 캐릭터의 성격을 동물의 원래 성격에서 가져오는데, 닮은 포인트가 웃음 짓게 한다. 가령 세계적인 록스타 앵거스는 고양이로 설정되어 있는데, 가늘가늘한 다리와 신경질적인 태도에 ‘츤데레’의 카리스마가 넘친다.
중국 투자사 화이브라더스가 투자한 첫 애니메이션으로, 대도시의 간판 등이 중국어로 씌어져 있다. 히말라야는 티베트어로 ‘눈의 고장’이란 뜻이다. 버디는 중국으로 나온 히말라야 소수민족을 표상하는 걸까? 14일 개봉.
■ 거울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제임스 보빈 감독)에선 앨리스(미아 와시코브스카)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원더런던호를 타고 세계를 탐험하는 어엿한 선장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니 수세에 몰린 집안의 결혼 적령기 여성일 뿐. 사방이 감옥 같은 때 앨리스는 거울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우울증에 빠진 모자 장수(조니 뎁)를 위해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하고, 하얀 여왕(앤 헤서웨이)과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의 어린시절 비밀을 밝혀 문제를 해결한다.
3디(D)로 보는 세계는 큰 시각적 쾌감을 준다. 고양이의 웃는 모습, 트위들덤·트위들디 형제의 표정, 시계 공장 등의 비주얼에 눈이 호강한다. 전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감독 팀 버튼은 이번에는 제작을 맡았다. 원작은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지만, 내용은 ‘시간’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순(Soon)은 언제 오죠?” 같은 말장난이 즐겁다. 7일 개봉.
■ 달빛궁궐 애니메이션 <달빛궁궐>(감독 김현주)은 감독의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궁궐에 갔다가 갑자기 문이 닫혀 나오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캄캄한 궁궐 안에서 하룻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는 이 영화를 위해 감독은 10년간 꼼꼼하게 궁궐문화총서 같은 자료를 수집했다. 그 덕분인지 창덕궁 인정전과 낙선재, 주합루, 옥류천 등이 주인공 ‘현주리’의 모험담과 어우러지며 훌륭한 배경이 된다.
부용지에서 열릴 국악뮤지컬에서 별 볼 일 없는 ‘소나무 역’을 맡았다며 의기소침해진 현주리는 홀로 창덕궁을 거닐다 우연히 인정전 ‘일월오봉도’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달빛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주리는 그 속에서 ‘물시계’ 자격루를 탈출한 쥐의 신 ‘다람이’와 무사 원, 매화부인 등을 차례로 만나며 한뼘 더 자라게 된다. “다람이가 도망간 건 그 아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리의 말은 자신에게도 하는 말일 터. 네 발 달린 가마가 “가마, 가마”하며 걷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람이에 배우 김슬기, 매화부인에 이하늬, 원에 권율, 현주리 역은 ‘명품 성우’ 김서영이 맡았다. 7일 개봉.
■ 로빈슨 크루소 <로빈슨 크루소>(감독 벤 스타센)는 무인도 생존 어드벤처다. 원작 소설과는 사뭇 다른데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동물들의 출연이다. 무인도에 살고 있던 앵무새, 물총새, 카멜레온, 염소 등이 유머를 담당한다. 동물들은 해변가로 밀려온 크루소를 보고 ‘바다 괴물’이라 생각한다. 땅 속에 씨는 왜 숨기는지, 또 과일은 왜 껍질을 벗겨먹는 건지 기묘하기만 하다. 겉옷을 벗는 것을 보며 껍질을 벗는다 생각한 고슴도치 ‘에피’는 말한다. “나 토 나올 것 같아.” 기존의 애니메이션 설정과 달리 인간과 동물은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자연히 오해가 쌓이고 꽤 오랜 시간 서로 다가가지 못한다. 그 사이를 먼저 깨려 하는 것은 동물들이다. 탈출보다는 어디가 진짜 집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애묘인들에겐 썩 기껍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악당들이, 이유는 몰라도, 다 고양이다. 8일 개봉.
구둘래 이유진 기자 anyone@hani.co.kr
영화 <드림쏭>. 시네마리퍼블릭 제공
<거울 나라의 앨리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달빛궁궐>. 콘텐츠 판다 제공
영화 <로빈슨 크루소>. 조이앤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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