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의 ‘불안한 사랑’ 다룬 영화들
이 가을 로맨스 영화들이 찾아왔다. ‘비정상’의 사랑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이란 감정이 금지된 사회에서의 사랑, 감정 과잉의 사랑, 폴리아모리의 사랑 등이다. 모두 ‘지금 이곳’에서 통용되는 정상성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정상성, 곧 ‘뉴노멀’의 가능성을 묻는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흘러넘치는 불안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배경과 설정을 통해 뉴노멀 시대 사랑의 방식을 탐색하는 영화들을 만나본다.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의 금지된 사랑을 다룬 <이퀄스>. 모멘텀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도 ‘사랑의 병’은 생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퀄스>는 아예 ‘사랑’이란 감정이 없어진 미래 사회를 가정한다. 지구의 99.6%가 폐허가 되고, 그 남은 땅은 통제국가인 선진국과 통제가 닿지 않는 반도국으로 나뉘어 있다. 우주 개척을 지상목표 삼아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서는 감정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선진국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만을 태어나게 한다. 선진국의 사람들은 반도국의 ‘포옹’ 행위를 가리켜 “자신의 약점을 가리는 행위”라고 비하한다. 감정이 나타나면 감정통제오류(에스오에스, Switched-On Syndrome)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 에스오에스 진단을 받은 사일러스(니컬러스 홀트)는 자살자를 보고 동요를 보이는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같은 병에 걸렸음을 알아챈다. 둘은 금지된 감정의 탐색에 나선다.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것만으로 영화는 에로틱한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10월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영화 <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는 화성에서 자란 소년이 지구로 와 소녀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지구의 모든 것이 신비롭지만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장 신비롭다.
두 조울증 환자의 사랑을 그린 <사랑에 미치다>. 메인타이틀 픽쳐스 제공
넘치는 감정 시에 쏟아부어 그렇다면 감정 과잉인 사람들의 사랑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시 지난달 31일 개봉한 <사랑에 미치다>가 묻는다. 카를라(케이트 홈스)와 마르코(루크 커비)는 조울증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다. 둘은 모두 시인이다. 카를라는 대학 시절 시집을 낸 적이 있고 마르코는 밤중 길거리에서 음유시인으로 활동한다. 둘은 모두 태양을 보고 달을 보며 넘치는 감정을 시에 쏟아붓는다. 병원에서 만나 환상 속 ‘우주 여행’을 즐기던 둘은 결국 의료진에 의해 따로 떼어진다. 사랑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병세를 악화시킨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화의 원제는 케이 레드필드 제이미슨의 책 <불을 만진 사람들>(Touched by fire)에서 따왔다. 바이런, 버지니아 울프,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조울증의 증상과 관련해 살펴보는 내용이다.
가을 로맨스의 히로인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다. <이퀄스>에 이어 <카페 소사이어티>에서도 아름다운 보니를 연기한다. 찬란 제공
과연 이게 가능하냐고 묻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는 두 개의 사랑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1930년대 재즈의 시대,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사 대표인 필(스티브 커렐)과 사귀던 중 필의 조카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의 대시에 망설인다. 결국 필을 선택한다. “둘 다 사랑한단 말이야.” 영화의 마지막 장면, 둘은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그때야말로 둘한테서는 충만한 감정을 담은 표정이 떠오른다. 9월14일 개봉.
인도 구도 여행을 같이 다니는 남녀를 그린 <사랑이 이끄는대로>.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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