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타고 영상 영화비평이 성업 중이다. 사진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이동진 평론가의 ‘무비썸’.
14일 20만 구독자를 돌파한 ‘빨강도깨비’의 영화 전문 동영상들.
유튜브 영화 채널 ‘발 없는 새’의 첫 화면.
지난 14일 유튜브 영화 전문 채널 ‘빨강도깨비’(
www.youtube.com/user/red12734)의 영상을 받아보는 정기구독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구독자 19만8000명의 다른 영화 전문 채널 ‘발 없는 새’(
www.youtube.com/user/nofeetbird)는 누적 조회수 3300만을 넘었다. 지난 6월부터 영화비평가 이동진은 유튜브에 영화 리뷰 전문 채널 ‘무비썸’(
www.youtube.com/channel/UCqsHTwUn0Y8lsMDMJxtcIgg)을 열었다. 유튜브에선 수십개의 채널이 영화 리뷰와 인터뷰, 역사적 배경에 대한 해설 등을 쏟아낸다. 읽는 비평이 위기를 맞은 시대에 영상 비평은 성업 중이다. 영화에 대한 영상으로 새로운 독자를 찾는 유튜브 창작자 빨강도깨비, 리뷰엉이, 엉준 등을 인터뷰했다.
■ 유튜브 영화 잡지 ‘빨강도깨비’
한 중견 건설회사 해외영업팀에서 일하던 김학(41)씨는 지난해 5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뒷이야기를 영상으로 올리면서 유튜브에 입문했다. 그로부터 두 달 사이에 조회수 10만명을 넘는 영상이 3개가 나오자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 창작자로 전업했다. “이전에도 취미로 블로그에 영화 이야기를 써왔는데 블로그에선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글로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었던 찰나의 감정, 이미지들을 영상으로 보여주니까 훨씬 정확하다고 느꼈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는 매일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영화 이야기로 영상을 만들어 일주일에 1~2편을 올린다. 지금까지 올린 동영상은 99편이다.
한국에서 영상 영화비평은 마블 영화를 따라 커왔다. <어벤져스> <시빌 워> 등 마블 영화가 개봉할 때면 이 영화 관련 검색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영화 채널들이 붐빈다. 젊은 연령대의 마블 팬들은 해외 동영상 등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캐릭터를 검색하는 것에 익숙할뿐더러 복잡하고 방대한 마블코믹스의 역사와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어벤져스 주인공이 나온 다른 영상을 편집하다 보면 새로운 창작물이 만들어지도 한다. 영화비평 영상을 만들려면 방대한 계보를 아우르는 지식이 요구된다. 개봉 영화에 맞춰 비슷한 장르나 소재 또는 감독, 배우 등 인물 관련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설해야 한다.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 톱 10’ ‘최악의 리메이크 영화’처럼 다양한 주제로 영상을 내보내 1300만 구독자를 확보한 외국의 인기 채널 ‘워치모조닷컴’처럼 주제에 맞는 영화들을 나열하는 것은 기본이다. ‘빨강도깨비’ 채널에서도 ‘마블 카메오 베스트 7’ ‘남자들이 심쿵하는 영화 속 명장면 베스트 7’처럼 ‘베스트 7’ 코너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면만 모으는 ‘악마의 편집’ 코너 등이 인기다. 여기에 영화 심층 리뷰, 미리보기 등의 메뉴를 더했다. 영상으로 보는 영화 잡지라 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리뷰엉이’ 제작 모습. 리뷰엉이 제공
■ 영화 독후활동 ‘리뷰엉이’
리뷰엉이(31·
www.youtube.com/channel/UCrBpV_pG2kyMMEHCMTNzjAQ)는 올해 3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지만 벌써 구독자 4만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엔 <부산행>을 영상 비평했다. <부산행> 좀비들의 몸짓과 영화 속 빠른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외국 좀비들과 비교하는 20대 마니아층의 취향을 고려했다. 에스엔에스로 참여할 수 있는 좀비게임으로도 조회수를 올렸다. 영화 <주토피아>에 숨겨진 패러디 장면을 모두 찾은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마케팅회사에서 일했던 리뷰엉이는 “보통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 일은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 같은데 영상에선 한번에 모아 정리하는 일이어서 좀더 쉽고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다”며 “영화를 주제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유튜브 채널 ‘엉준’을 운영하는 여준혁씨의 촬영 모습. 엉준 제공
■ 영상 비평 시도하는 ‘엉준’
유튜브의 신기한 점은 <출발 비디오여행> <영화가 좋다> 같은 지상파 영화 프로그램보다 개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방송이 더 인기를 끌 때가 많다는 것이다. 엉준(
www.youtube.com/user/ungjune) 채널을 운영하는 여준혁(32)씨는 2014년부터 영화 방송을 하면서 ‘솔직한 리뷰’로 방향을 잡았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지금은 웹개발자로 일하면서 자신이 본 영화들의 아쉬운 점을 속 시원하게 꼬집는 방송을 해왔다. 그는 “최근 유튜브 영화 영상 채널 창작자들의 대중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진실한 비평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영화 관련 광고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모델로 삼은 창작자는 유튜브 영화 소개로 이름을 알리고 평론가로 인정받은 크리스 스터크먼이다.
예전 같으면 글로 써 내려갔을 리뷰들을 요즘 유튜브에선 말로 한다. 새로운 유형의 ‘말하는 비평가’들이 성장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