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영화 <인천상륙작전> 제작사는 개인투자자 314명에게서 제작비 5억원을 모았다. 이전부터도 <26년> <귀향> <연평해전>처럼 제작 의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제작비를 모금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 영화 최초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받은 사례다.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450만명.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한 사람들은 관객이 450만명을 밑돌 경우 투자금을 잃지만 1000만명이 넘을 경우 수익률은 55%에 이른다.
지난 1월 비상장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형(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도입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사람의 자금을 모아 투자할 수 있게 한 온라인소액중개업법이 시행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투자하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배급·유통사와 영화 수익을 나누는 개인 영화투자 시대가 시작됐다.
<인천상륙작전>은 결과적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해 25.6%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망한 사례도 있다. 6월29일 개봉한 영화 <사냥>은 개인투자자 289명이 모여 3억30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65만 관객에 그치면서 투자 손실은 60% 정도로 추정된다.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영화 1편이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을 수 있는 돈은 총 7억원, 개인투자자 1명당 200만원을 넘지 못하게 한도가 정해져 있다. <사냥> <덕혜옹주> 등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던 펀딩 중개사 와디즈는 올겨울에도 중·대형 영화들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대형 배급사들의 영화가 보통 10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제작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7억원 펀딩이 실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와디즈 윤성욱 이사는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을 조사해보니 투자형 참가자들은 후원형 모금 참여자들에 견줘 상영관 참석률이 높고 에스엔에스 홍보도 훨씬 열성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마케팅 효과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 <터널>과 <밀정> 등이 하나은행과 함께 관객수가 올라가면 예금 금리를 올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충성 관객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같은 맥락의 마케팅이었다.
개인투자를 모아 영화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영화 <환절기>(감독 이동은)는 와디즈에서 8500만원을 모아 저예산영화 펀딩 1호가 됐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펀딩에 나설 예정이다. 윤성욱 이사는 “크라우드펀딩이 잘되면 전문투자를 결정하는 사모펀드에서도 투자가 활발하다. 크라우드펀딩이 정착된다면 배급·유통사가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보고 싶은 영화·연극에 투자하는 직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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