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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명불허전, 부산을 빛낸 영화들

등록 2016-10-10 15:46수정 2016-10-10 20:36

제작자 명성에 값하는 BIFF 추천작 3편
<컨택트>에서 외계인과의 교신을 시도하는 언어학자 역할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컨택트>에서 외계인과의 교신을 시도하는 언어학자 역할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우여곡절 끝에 열렸지만 상영관은 예년보다 뜨거웠다. 올해는 특히 칸, 베니스,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들이 오면서 예매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때문이다. 영화의 전당 1층 티켓 판매소 앞엔 그 전날 밤부터 다음날 아침 일찍 시작되는 티켓 판매를 기다리는 긴 줄이 서기도 했다.

특히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라라랜드>, 페도로 알모도바로 감독 <줄리에타>, 드니 빌뇌브 감독 <컨택트>, 4명의 여배우가 나오는 김종관 감독 <더 테이블>, 신카이 마코토 감독 <너의 이름은>, 타이완 영화 <마이 에그보이> 등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팔려나갔다. 초반 상영작중 도발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면서 한국 흥행도 예견되는 주목할만한 해외영화 세편을 소개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우주 영화 ‘컨택트’

가고 싶은 미래와 ‘컨택트’ 외계인과의 전투는 없다. 우리를 위협하는 괴물도 없다. 어느날 갑자기 비선형의 우아한 비행체를 타고 나타나 지구 상공에 떠서 낯선 존재 앞에 울부짖고 흥분하는 지구인들을 조용히 관찰하는 누군가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 속 인간들 못지 않게 심장박동이 높아진다. <컨택트>는 낯선 존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을 조여드는 공상과학영화의 긴장을 창조해낸다.

12개의 비행물체들이 돌연 지구에 나타났다. 난치병으로 딸아이를 잃은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외계인들과 소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비행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언어학자는 대화하려 하고, 수학자는 문제를 내려고 하며 군인은 전쟁하려 한다. 소통은 저마다 가장 익숙한 수단을 꺼내드는 일로 시작해 결국은 자신에 대한 고찰로 돌아온다. “너희들은 왜 이곳에 왔는가?” 지구인들은 그 답을 듣고 싶어 안달이지만 그 질문은 던진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너희들은 어떤 우주를 가질 만한 존재들인가?”

인생의 비극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을린 사랑>, 잔인한 장면 없이도 관객을 난타하는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를 만든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들어낸 우주영화다. 감독의 여전한 장기인 촬영과 빛의 질감 외에도 소리의 힘이 더 보태졌다.


동일본 대지진 상처 달래는 ‘너의 이름은’

남녀의 몸이 뒤바뀌는 로맨스 설정에 자연재해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담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남녀의 몸이 뒤바뀌는 로맨스 설정에 자연재해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담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일본 애니의 저력 ‘너의 이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2만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남겼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원전을 닫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을 구해올 수 있지 않을까? 정말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지진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혜성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모두 동일한 상처를 안고 재해 이후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 초청으로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9일 기자회견에서 “대지진때 내가 했던 기도와 바램, 그것이 이루어지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이유를 밝혔다.

<너의 이름은>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등을 만든 ‘포스트 미야자키’로 불리는 감독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너의 이름은>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등을 만든 ‘포스트 미야자키’로 불리는 감독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어느날 아침 도쿄에 사는 남학생과 시골 이토모리의 여고생이 서로 몸이 바뀐 채로 눈을 뜬다. 그 뒤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서로에게 편지를 쓰며 만나고 싶어한다. 혜성이 지구를 찾기 전날 소녀는 소년을 만나러 간다. 몸이 바뀌는 이야기,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이야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쓰인 소재지만 이 영화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이용해 사소한 로맨스를 커다란 주제로 확장한다. 일본에선 지난 8월 개봉해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중인 이 영화는 내년 1월 한국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와타나베 켄 주연 -이상일 감독 ‘분노’

<분노>는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누구나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을 내민다. 이상일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3년만의 신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분노>는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누구나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을 내민다. 이상일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3년만의 신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우리를 비추는 거울 ‘분노’ 일본 교외 한 주택에서 부부가 처참히 살해당하고 그 집엔 피로 쓴 ‘분노’라는 글자만 남아 있다. 경찰은 시시티브이를 근거로 전국에 용의자 사진을 배포하고 수배령을 내린다. 엽기적인 살인마를 찾는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단순한 추리물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카메라는 범인을 닮은 3명의 용의자 이야기를 섬세하게 비춘다. 갈 곳이 없는 동성애자, 부모님의 빚 때문에 도망중이라는 청년, 일용직을 하며 여행중이라는 아저씨 모두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수상쩍은 인물들이지만 새로운 동네에서 친구를 만든다. 그들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은 각기 이 낯선 청년들이 혹시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에 괴로워한다. 영화는 의심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회 전반을,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우리의 분노는 어디서 왔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한국에도 유효할 터이다.

영화제 기간 한국을 찾은 이상일 감독과 배우 와타나베 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제 기간 한국을 찾은 이상일 감독과 배우 와타나베 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상일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현상 수배 사진을 자세히 보면 3명의 에피소드에 맞춰 용의자 얼굴을 조금씩 바꾼 것을 볼 수 있다”며 “영화 마지막까지 세명에 대한 의심이 팽팽히 유지되길 바랐다”고 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 소설에 와타나베 켄, 모리야마 미라이,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미야자키 아오이 등 지금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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