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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슈퍼 히어로들, 물리법칙 벗어나 마법세계로

등록 2016-10-17 16:33수정 2016-10-17 17:37

마블 <닥터 스트레인지>로 첫 마법사 주인공
디씨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서 영능력자 선봬
방대한 원작 바탕으로 계보 넓어지는 히어로물
최소한의 사실성 벗고 판타지물로 가나 의구심도
25일 개봉하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5일 개봉하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코믹스의 팬들은 2016년을 의미있게 기억할 것이다. 25일 개봉을 앞둔 <닥터 스트레인지>는 처음으로 영웅 캐릭터가 아닌 마법사가 주인공인 영화다. 디시 코믹스 팬도 마찬가지다. 9월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마법사가 등장했다. 슈퍼 히어로의 세계에서 마법의 세계로, 히어로물이 또 한 차례 확장하고 있다.

슈퍼 히어로물의 확장 지금까지 슈퍼 히어로물의 주인공은 과학기술이나 돈의 힘, 혹은 외계에서 지구로의 이동 등을 통해 초인적인 능력을 얻은 존재들이었다. 대체로 시공간의 궁극적 한계나 보편적 물리법칙 자체를 거스르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마법사의 등장은 이러한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변화다. 기본적으로 슈퍼 히어로물 이야기 세계에서 마법사는 다른 차원을 넘나드는 초현실적 존재를 말한다. 시공간의 한계, 물리법칙 따위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이전 슈퍼 히어로물에서도 타임슬립 등이 소재로 들어오긴 했지만, 과학기술의 진화 같은 최소한의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했다. 반면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마법사 캐릭터는 과학의 도움 없이 그야말로 마법의 힘으로 차원의 한계를 가볍게 돌파한다. 엑스맨 등에서 ‘시간터널’을 만드는 등 일부 조연 내지는 단역급 캐릭터가 차원이동의 초능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됐던 것과도 다르다. 지금 대두되는 마법사 캐릭터는 슈퍼 히어로 그 자체다. 슈퍼 히어로의 능력 자체가 합리적인 물리학의 기반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원작 만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 누리집 갈무리
원작 만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 누리집 갈무리
그래픽노블 전문 번역가 이규원씨는 “마블영화는 슈퍼 히어로가 주역인 지구, 우주의 외계 행성, 신화와 우주를 아우르는 토르를 담으며 뻗어 왔는데 이제는 마법의 세계로까지 가로축을 무한확장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원작 만화가 그려온 현실, 초현실, 우주 등의 복잡한 층위의 이야기를 모두 담겠다는 신호와도 같다”고 했다. 원작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이 그리는 세계가 처음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코난 시리즈와 현대의 슈퍼 히어로를 연결한다. 마블 이야기의 시작과 마지막을 잇는 캐릭터라서 팬들은 닥터 스트레인지를 ‘마블 창세기’라고 부른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마블과 디씨가 만들어낸 수천 가지 방대한 원작들은 그자체로 이야기의 우주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는 영화에서 또 다른 이야기의 우주를 설계하는 중이다.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부터 어벤저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개별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단계적으로 진행해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진행해왔다. 디시는 2013년 <맨오브스틸>부터 코믹스 주인공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4번째 작품이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디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새로 쓰겠다는 ‘디시코믹스 확장 유니버스’에서 나온 영화다. 디시 또한 악역만을 모은 영화를 만들면서 인간과는 다른 힘을 소유한 인챈트리스라는 캐릭터를 들여왔다.

2011년 디시 코믹스도 실사 영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디씨 확장 유니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디시의 악역들을 한데 모은 <수어사이드 스쿼드>.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11년 디시 코믹스도 실사 영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디씨 확장 유니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디시의 악역들을 한데 모은 <수어사이드 스쿼드>.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트랜스 미디어 진화의 법칙 2015년 미 <포브스>지 통계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은 모두 29억5500만달러 매출을 올려 세계 프랜차이즈 영화중 압도적인 1위다. 한국만 놓고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마블과 디시의 팬은 각각 1500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디시코믹스와 마블 원작을 한국어로 출판하는 시공사 백소용 미국만화팀장에 따르면 새로운 책이 출판되면 빠짐없이 사는 충성독자의 숫자가 이만큼이다. 그러나 지난 4월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본 한국관객은 860만명이고, <배트맨 대 슈퍼맨>도 225만명이 봤다. 슈퍼 히어로물은 이야기에 중독된 핵심 관객들을 중심으로, 그밖의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를 변주해 새로운 이야기를 무한증식하는 방법으로 만화와 영화 경계를 성공적으로 넘나들어왔다.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 팬들은 긴장한다. 마블은 배우의 개성을 지우고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스타를 기용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25일 개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에선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스타들이 들어오면서 그 원칙을 버렸다. 팬들은 포스터 속 컴버배치의 모습이 만화의 마법사와 아주 비슷하다는 점에 안도하면서도, 원작에선 남자 사부였던 에인션트 원 역을 여배우 틸다 스윈튼이 맡은 것에 대해 갑론을박했다.

제작자 케빈 파이기는 15일 간담회에서 “동양인 사부 에인션트 원은 1960년대 미국이 가진 고정 관념과 동양에 대한 환상을 반영하는 캐릭터였다. 그런 것을 반영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법적이고 신비로우며 현대적인 캐릭터로 대체할 필요를 느꼈다”고 했다. 전통적인 인물을 두고 약간의 혁신을 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다.

마법사 히어로의 등장이 슈퍼 히어로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번역가 이규원은 “디시는 최근 캐릭터 진화에서 약간 주춤한 경향이라 마법사 대결에서도 크게 눈에 띄지 못했지만 마블은 다르지 않을까 팬들의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슈퍼 히어로물이 보여온 최소한의 사실성을 떨쳐내고 전혀 다른 판타지물의 세계로 옮겨가는 출발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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