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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가을 감성 두드리는 작고 순한 영화들

등록 2016-10-24 14:16수정 2016-10-24 21:47

작고 아름다운 교실 <와와의…> <선생님의…>
순수한 자연환경 속 사람들 <램스> <플라워쇼>
극장가 비수기 맞아 대형작에 밀렸던 개성작 봇물
올가을 극장가는 1년 전과 아주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영화 <마션>이 부동의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 스릴러 영화 <더 폰>이 뜻밖의 선전을 했다. 올해는 유해진 주연의 코믹영화 <럭키>가 400만을 넘기는 이변을 일으키는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26일 개봉을 앞두고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성수기인 여름보다 가을 극장가가 흥미로운 점은 코믹이나 스릴러처럼 장르물의 법칙에 충실한 영화들이 선전하고 개성 강한 작은 영화들이 빛을 보는 시기라는 데 있다. 지난해엔 <돌연변이>,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 등의 작은 영화가 호평을 받았고, 2014년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가을 비수기의 승자가 됐다. 올가을도 중국, 타이, 아이슬란드 등에서 건너온 작은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순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을 감성을 두드린다는 공통점 또한 갖고 있다.

<와와의 학교 가는 날>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와와의 학교 가는 날>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선생님의 일기> 미로비젼 제공
<선생님의 일기> 미로비젼 제공
작고 아름다운 학교 “알았다, 다리는 강 위에 난 길이로구나.” <와와의 학교 가는 날>에서 9살 소년 와와는 이렇게 외친다. 중국 차마고도 윈난성의 외진 고산지대에서 엄마와 누나 나샹과 살고 있는 소년을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것은 협곡과 협곡을 잇는 밧줄뿐이었다. 10살 누나가 밧줄에 매달려 학교에 가고 나면 소년 혼자 남는다. “왜 이곳을 떠나는 사람만 있고 돌아오는 어른은 없을까?” 소년의 의문을 들어줄 존재는 까마득한 절벽이나 깊은 물밖에 없는 외로운 곳이다.

영화는 순박한 아이들과 착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밀고 나간다. 중국영화화표장, 제14회 중국인문화상 영화 대상, 금계백화영화제 등 중국 주요 영화제를 휩쓸었다. 거센 누장 강 협곡 위에 놓인 130m 길이의 외줄을 타고 다니는 윈난성 리수족이 모델로, 실제 윈난성 현지 초등학생이 와와와 나샹 역을 연기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영화가 개봉되자 기부가 잇따라 누장 강에는 학교로 가는 다리가 놓이기도 했다. 27일 개봉.

타이에도 작은 학교가 있다. 11월3일 개봉하는 영화 <선생님의 일기>에는 물 위에 사는 아이들이 배를 타고 등교하는 타이 북부 시골 수상학교가 나온다. 전교생 단 4명인 이 학교는 태풍이 불면 날아갈 듯 흔들리고 교실에 뱀이 똬리를 튼다. 그래도 선생님과 아이들이 가족이 되는 작은 학교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판타지가 돼준다.

<램스> 인디플러그 제공
<램스> 인디플러그 제공
양처럼 순한 사람들 풍광이라면 11월3일 개봉하는 <램스>를 빼놓을 수 없다. “얼음과 불밖에 없는 이 나라에 양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마을 사람의 한탄처럼 얼음 덮인 아득한 평원 위에 늘 자리하고 있는 양들은 이 영화의 배경이자 주연이다. 아이슬란드 한 시골 마을, 어떤 일로 틀어져 옆집에 살면서도 40년 동안이나 말도 하지 않고 지내는 형제 키디와 굼미가 있다. 형이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잠이 들면 형에게 손가락 하나 대기 싫은 동생은 그를 포클레인에 실어 병원 응급실 앞에 갖다 둔다. 양만큼이나 무표정한 얼굴의 사람들이 그리는 코미디가 영화의 전반을 달린다. 그러나 형 키디네 목장의 양에게 발생하는 광우병의 일종인 스크래피 병이 발견되면서 같은 지역 양들을 모두 살처분하라는 지침이 떨어진다. 사람에게는 무뚝뚝하지만 양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어버리는 남자들은 ‘양 없는 세상’을 만들지 않으려 급히 연대한다. 구제역 파동을 겪은 우리는 웃으면서도 슬퍼진다. 201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다.

<플라워쇼> 디스테이션 제공
<플라워쇼> 디스테이션 제공
이상을 향한 여정 <플라워쇼>는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정원박람회 첼시 플라워쇼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아일랜드 여성 메리 레이놀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액의 돈을 들여 인공의 자연을 조성하는 정원박람회에서 메리(에마 그린웰)가 구현하려고 하는 것은 야생의 정원이다. 그의 정원 디자인 ‘켈트족의 성소’에는 100년 된 산사나무와 들꽃, 돌로 된 아치가 있고 고요한 연못이 있다. 그는 “일주일이면 철거할 정원에 돈을 쓰느니 조금이라도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물학자 크리스티(톰 휴스)와 철학적으로 부딪힌다. 메리는 플라워쇼의 지원서에 “정원을 아름답게 꾸밈으로써 자연의 소중한 공간들이 영원히 사라져버리기 전에 각자의 방식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을 일깨울 수 있다”고 쓴다. 플라워쇼의 우승이 개인 혹은 부자의 소유인 정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자연을 선사할 공간으로 바꿀 기회가 돼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27일 개봉.

남은주 구둘래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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