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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외압에 숨죽였던 영화들, 이제는 만날 수 있다

등록 2016-12-14 17:04수정 2016-12-14 21:00

<보통사람> <일급기밀> <택시운전사>…
손현주·송강호·김상경 등 출격 준비 마쳐
모태펀드 등 돈줄 틀어막자 뜻모아 제작
왜곡과 탄압사 돌아보는 독립영화도 봇물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인디플러그 제공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인디플러그 제공
“이 영화가 개봉된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검열과 외압의 상징이었던 <판도라>가 개봉을 맞기 전날 박정우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검열의 상징이 무너진 때문일까. 7일부터 <판도라>가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소리소문 없이 제작이 추진되어오던 진보적 영화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손현주·장혁 주연 영화 <보통사람>도 <판도라>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고 제작 위기를 겪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처음엔 흥행 보증 배우들과 시나리오의 힘 덕분에 기대작으로 거론되었지만 모태펀드의 투자 거부는 영화에 딱지를 붙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 대형배급사에 ‘시나리오는 <변호인>보다도 재미있지만 민감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거들기 곤란하다’고 투자를 거절당하는 등 영화 창투사들이 일제히 손을 떼면서 제작 중단 위기에 놓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제작비 50억원이 넘는 이 영화는 창투사의 자금 지원 없이 배급사인 오퍼스픽쳐스와 개인들 후원만으로 완성돼 내년 초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를 만든 제작사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남지웅 대표는 “얼마 전 내부 시사에서 관객들의 눈물을 흠뻑 쏟게 하는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다.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다. 정치적으로 해석됐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 아버지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가 외압을 겪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7년 6월 항쟁 당시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작 시도 등을 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위험한 영화’로 분류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권 4년을 통해 영화계에선 배우·시나리오·감독에 상관없이 사회비판적인 영화는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졌다.

<이태원 살인사건>을 만들었던 홍기선 감독의 신작 <일급기밀>도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고 지역영상위원회와 개인투자자들 도움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군 내부 비리를 다룬 이 영화는 김상경이 중령 출신의 군인 대익 역을, 김옥빈이 대익과 함께 사건을 추적해가는 방송국 기자 역을, 최귀화가 비리와 관련된 악역을 맡았다. 영화를 배급하는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군 내부 비리를 다뤘다는 이유로 모태펀드 이후 여러 차례 투자를 거절당해 어렵게 9일 촬영을 마치고 내년 초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이후 투자사들도 예전에 거부하던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리틀빅픽처스는 내년엔 오대양 사건을 소재로 권력과 종교집단의 연결 고리를 파헤친 영화 <대양>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택시운전사> 포스터. 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포스터. 쇼박스 제공
내년엔 1980년 5월의 이야기를 담은 <택시운전사>도 공개될 예정이다. 광주민주화 운동을 세계에 알리게 되는 독일 기자를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에서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역을, 토마스 크레치만이 특파원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고지전>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 6월 촬영에 들어갔지만 외압을 우려해 캐스팅 외엔 일체의 내용을 밖으로 알리지 않아왔다.

숨죽였던 상업영화들이 최근 시국 변화에 힘입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했던 독립영화들은 더욱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벼리고 있다. 내년 초 개봉하는 <메멘토모리>(감독 이마리오)는 2012년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시점으로 돌아가 우리의 기억을 환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언론 탄압과 싸움의 역사를 담고 있는 김진혁 감독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1월12일 개봉을 확정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며 디엠지(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받은 영화다. 내년 상반기엔 딴지일보가 제작해온 3편의 영화 <인텐션> <저수지 게임> <더 플랜>이 차례로 개봉한다. 세월호, 부정 개표, 이명박 정권의 비자금 의혹 등 산같이 쌓인 의혹들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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