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당시 홍기선 감독.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980년대 한국의 진보적 영화 운동을 주도한 홍기선 감독이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9. 홍 감독은 7년만의 신작 <일급기밀>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던 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홍 감독은 평소 지병도 없고 건강한 상태였으나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자택에서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감독은 서울대 영화 동아리 ‘얄라셩’ 활동으로 영화와 첫 인연을 맺었다. 대학 졸업 뒤 영화제작집단 ‘장산곶매’를 설립하고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오! 꿈의 나라>(1989)를 제작했다. 상업영화 데뷔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는 영화진흥공사 사전지원작으로 선정됐다가 홍 감독이 <오! 꿈의 나라> 상영 당시 영화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에 계류중이라는 이유로 번복되면서 영화인들이 영화진흥공사 반대 서명에 나서기도 했다.
홍 감독은 영화를 연출할 기회를 많이 얻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장기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의 삶을 다룬 <선택>(2003)과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 한국 사회의 현실에 근거를 둔 리얼리즘 색채의 영화 창작에 전념해왔다. 지난 12일에 촬영을 마친 <일급기밀>은 방산비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 또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투자사들의 거부로 개인 모금을 받아 어렵게 제작을 마쳤으나 결국 유작으로 남게 됐다.
빈소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8일, 유족으로는 두 아들과 부인 이정희씨가 있다. (02)2258-5940.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