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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기억하나요, 카사블랑카의 밤을

등록 2016-12-28 18:06수정 2016-12-29 07:07

40년대 전쟁영화 낭만 불러낸 <얼라이드>
브래드 핏-마리옹 코티야르 연인으로 화제
<빽 투더 퓨쳐> 저메키스 감독, 우아한 연출
브래드 핏과 마리옹 코티야르가 연인으로 출연한 영화 <얼라이드>. 롯데시네마엔터테인먼트 제공
브래드 핏과 마리옹 코티야르가 연인으로 출연한 영화 <얼라이드>. 롯데시네마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래된 사랑이 돌아왔다. 브래드 핏과 마리옹 코티야르가 사랑하는 연인으로 나오는 영화 <얼라이드>가 새해 1월11일 국내 개봉한다. 각각 영국 정보장교와 프랑스 비밀요원으로 나오는 이들이 만난 곳은 1942년 모로코 카사블랑카. <빽 투 더 퓨쳐>부터 <하늘 위를 걷는 남자>까지 할리우드 스펙터클을 횡단해온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1940년대에서 날아온 비행기에 고전적인 사랑을 실어보낸다.

2차세계대전 당시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어려운 카사블랑카는 불안하게 술렁이는 도시다. 이곳에서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코티야르)와 맥스 바탄(브래드 핏)은 부부로 가장하고 함께 독일 대사를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다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전반부라면, 마리안이 실은 이중 간첩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맥스가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이야기가 후반부다.

“어리석긴. 임무 중에 만난 사람과는 행복할 수 없어.” 그러나 사랑에 빠진 맥스는 상사의 경고 따윈 듣지 않았다. <얼라이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인 스파이와 프랑스 레지스탕스였던 여교사가 임무 중에 만나 결혼하려 했지만 정보기관의 반대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각본가 스티븐 나이트의 가족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실제 전쟁 땐 가족이 적에게 은밀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군인은 즉시 자신의 배우자를 직접 처형해야 했고 이를 어길 땐 그 자신도 반역죄로 처형되는 일이 빈번했다. 영화는 할리우드 로맨스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고전 <카사블랑카>의 배경과 당시 활동했던 스파이들의 운명 등 멜로드라마의 요소들을 장전한 뒤 구식 권총처럼 한발 한발 천천히 쏜다. 어둡고 고풍스러운 조명, 주인공들의 얼굴에 밀착한 화면, 모래폭풍 한가운데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 말과 사건을 끝까지 비추기보다는 생략하는 방식 등 비주얼과 속도감에서조차 영화는 고전 화법을 따랐다.

1940년대 전쟁영화의 낭만을 위해 감독은 당시 카사블랑카를 재현한 세트를 완전히 새로 지었지만 카메라는 인물들에게 집중하면서 그 배경을 아낌없이 버렸다. <얼라이드>는 촬영부터 고전영화 방식에 충실한 영화다. 롯데시네마 엔터테인먼트 제공
1940년대 전쟁영화의 낭만을 위해 감독은 당시 카사블랑카를 재현한 세트를 완전히 새로 지었지만 카메라는 인물들에게 집중하면서 그 배경을 아낌없이 버렸다. <얼라이드>는 촬영부터 고전영화 방식에 충실한 영화다. 롯데시네마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카사블랑카>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50년 전 카사블랑카는 전쟁의 교차로에 서 있는 우아한 도시였다. 고층 건축물로 가득한 지금의 카사블랑카완 완전히 달랐다.” 영화 <카사블랑카>가 실제론 카사블랑카에서 촬영되지 않았던 운명을 따라 저메키스 감독도 카나리아 제도에 세트장을 새로 짓고 <얼라이드>를 찍었다. 전작들에서 화려한 특수효과를 추구하던 감독은 이 영화에선 공습에 시달리는 런던, 나치 점령 아래 있던 프랑스 등을 묘사할 때도 전쟁의 스펙터클보다는 40년대의 우아한 공기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카사블랑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멜로들 모두 아름다웠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마리옹 코티야르는 짐작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잉그리드 버그먼에 대한 추억을 환기시킨다. 브래드 핏은 험프리 보가트보다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로버트 레드퍼드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낭만적이긴 마찬가지다.

공습 가운데서도 이어지는 런던의 일상. <얼라이드>는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힘을 쏟는다. 롯데시네마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습 가운데서도 이어지는 런던의 일상. <얼라이드>는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힘을 쏟는다. 롯데시네마엔터테인먼트 제공
낭만은 거리감에 달려 있다. 지난 11월 미국에서 개봉할 당시엔 비현실적일 만큼 너무 고전적이라고 해서 호불호가 크게 갈렸지만 한국에선 바로 그 비현실성이 낭만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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