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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다름’은 어떻게 평화를 연주하는가

등록 2017-01-02 13:21수정 2017-01-02 14:44

세계 음악의 용광로를 다룬 다큐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영화사 진진 제공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영화사 진진 제공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전세계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연주 집단이다. 2000년 결성 뒤 6개 앨범을 발표했고 전세계 33개국에서 순회공연을 벌여 200만명 이상의 청중을 만났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비롯하여 다섯 번 내한했다. 실크로드 앙상블의 특이점은 첼로,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등 전통적인 서양 클래식 악기와 함께 중국의 비파, 스페인 가이타, 이란 카만체 등이 포함되어 있는 점이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김덕수도 장구로 참여하기도 했다. 백업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으로 86회(2014년)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모건 네빌 감독이 이 ‘세계 음악의 용광로’를 다큐멘터리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The Music of Strangers)에 담아냈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불렸고 발매한 앨범마다 클래식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요요마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뒤 좀더 근원적인 질문을 한다. “70억의 인류와 무엇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요요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각 대륙의 연주자를 캐스팅했고 실험적인 워크샵을 개최했다. 각기 언어도 다르고 사용하는 음계와 악보도 다른 이들은 2001년 9·11 테러를 지나면서 ‘앙상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게 된다.

실크로드 앙상블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이미 전통음악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이들이다. 비파 연주자인 중국인 우만은 색다른 음색의 비파가 필요할 때면 세계적인 무대에 곧잘 불려간다. 중국인 최초로 백악관 공연을 했고, 2013년 미국 잡지 <뮤지컬 아메리카> 선정 ‘올해의 연주자’에 오르기도 했다. 스페인의 크리스티나 파토는 가이타계의 지미 헨드릭스로 불린다. 파토는 백파이프인 가이타 연주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카만체는 이제는 이란에서도 가르치는 이가 없는 전통악기다. 카이안 칼로르는 전통의 마지막 자락에서 이를 배울 수 있었고 이란혁명 뒤 막일을 하면서 세계를 떠돌 때도 카만체를 지켜나갔다.

시리아를 떠나 생활하는 클라리넷 연주자 키난은 “음악이 총알을 막아줄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연주자 각자의 이질적인 문화적 배경, 격동의 역사와 전쟁에 휩싸인 세계가 던지는 질문은 요요마의 ‘음악은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전통음악을 끌어들여 전통을 희석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생겨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말이 아니라 연주 장면을 통해 보여진다. 전통 악기 연주자가 전통의 가락을 연주하면 이에 맞춰 요요마가 첼로를 켜 바탕을 만들어가고 각 연주자들이 자신의 음계로 소화한다. 이렇게 고립된 전통음악이 여러 명에 의해 무대에서 연주되는 음악으로 완성된다. ‘고집’과 ‘다름’이 어떻게 평화를 연주할 수 있나에 대한 대답이다. 오는 12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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