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은 로맨스의 황금률을 파괴하는 로맨스다. 보통의 로맨스물에서 금과옥조로 다루는 가족과 사랑이 여기서는 발에 채여 굴려다닌다. 사랑은 어떻게든 변하고, 가족은 어떻게든 재조합이 가능하다.
매기(그레타 거윅)의 ‘계획’은 결혼 없이 아기를 가지는 것이다. 정자를 줄 남자를 고르고 그날을 기다리는 중에 대학교 강사인 존(이선 호크)을 만난다. 존은 쓰고 있는 소설을 보여주고, 소설을 매개로 둘은 열정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정자를 받는 날, 존은 매기를 찾아와 사랑을 고백한다. 3년 후, 매기와 존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존은 전 아내이자 대학교 정교수인 조젯(줄리언 무어)과 여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매기는 바쁜 조젯 대신 아이들을 떠맡곤 한다. 존은 소설만 쓰기 위해 결혼한 마냥 집안일은 뒷전이다. 계획대로 아이는 가졌지만 생활은 엉망진창이다. 매기는 다시 한번 계획을 세운다. 존을 반납하고 싶다. 매기는 조젯을 만나러 간다.
주요 배우 셋의 연기가 압권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프란시스 하>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인디계의 여왕’으로 떠올랐던 그레타 거윅이 매기 역을 맡아 사랑스러움을 발산한다. 허술한 앉음새와 체크남방에 민트색 조끼를 입는 30% 부족한 옷 매무새 등 작고 깜찍한 요소들로 매기를 만들어낸다. 금방 우아한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줄리언 무어는 능청스럽게 웃음 포인트를 짚는다. 거기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남자 구실은 하지만 집안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의 역에 이선 호크가 나서서 또 한 번 ‘일상 연기의 거장’임을 입증한다.
모든 허물을 다 털어놓는 ‘남사친’ 토니로는 미국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코미디언 빌 헤이더가 출연한다. 매기의 직장 동료이자 토니의 아내인 마야 루돌프의 감초 역할도 입맛을 돋운다. 정자를 기증하는 대학동창 가이로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바바리언풍 미남 트래비스 핌멜이 깜짝 출연한다. 뉴욕을 배경으로 감칠맛 나는 대사를 뽑아내 ‘여자 우디 앨런’의 영화로 불러도 될 법하다. 레베카 밀러 감독은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등 뉴욕 배경의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뉴욕이 배경인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아서 밀러의 딸로, <나의 왼발> 등의 영화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남편이다. 소설가 친구 카렌 리날디가 쓰고 있는 미완성 원고를 가져다가 대본을 완성했다고 한다.
티격태격하는 대사와 상황에 여러 번 웃음이 터진다. 존의 사랑 고백, 폭설이 내린 산에서 조젯과 존의 하룻밤은 밤에 누우면 생각날 법하다. 캐릭터의 매력과 세 명의 관계가 던지는 농담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할 것이다. 매기는 이기적으로 보이는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은 자기만 피곤한 ‘가련한 현대인’이다. 매몰찬 전처에게 깊은 유대감을 보여주는 등 메시지 면에서 영화는 의외로 욕심이 많다. 1월25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