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에서 류준열은 어둠 속에서 빛을 돕는 역할을 했다.
“늘 어색하고 많이 부끄럽고, 보기 어려워요.” 2016년에만 <로봇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 <글로리데이> <양치기들> <계춘할망>에 출연한 다작왕 류준열이 엄살을 부린다. 지난해 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어남류’를 탄생시킨 류준열이 블록버스터 <더킹>(한재림 감독)에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이제 막 도약의 완벽한 채비를 갖춘 류준열을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류준열이 맡은 최두일은 박태수(조인성)의 고향 목포 친구로 범죄조직 들개파의 2인자다. 보스(김의성)가 ‘정치 검사’ 한강식(정우성)과의 인연을 통해 ‘범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지켜보았고, 어린 시절 친구 태수가 검사가 되자 먼저 찾아가 손을 내민다. 인물들 중 유일하게 걸쭉한 사투리를 쓰기도 한다. “두일은 서울 살기를 고대하다가 상경한 촌놈이다. 이모가 군산에 계신데 이모랑 대화를 할 때는 사투리를 쓴다. 군산과 목포가 다르긴 한데, 사투리 선생님이 들으시고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 하셔서 크게 다른 부분만 제외하고 그대로 썼다.”
한재림 감독은 ‘응팔’을 보고 역을 제안했다. 두일의 등장은 공들인 ‘숨바꼭질’이다. 태수가 한강식의 사람이 되는 펜트하우스 장면에서 실루엣을 비치고, 이어지는 태수의 폭행에 말없이 가담하면서 길거리 조명에 얼굴을 드러낸다. 그 순간 앞에 보여줬던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이 리와인드된다. ‘응팔’에서 자주 썼던 ‘시차 리와인드’(스쳐 지나갔던 장면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기)다.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시다.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거기에 대해서 감사한다.”
<더 킹>의 최두일은 검사를 닮은 조폭이다. 뉴 제공
<더 킹>은 영화 전체를 통해 ‘데칼코마니’(대칭적 무늬를 만드는 회화 기법) 방식으로 스토리와 인물을 짜나갔다. 태수와 두일은 그 대표적인 데칼코마니의 하나다. 두일은 태수의 든든한 끈이자 아킬레스건이다. 태수가 검사들의 설계사 한강식과 함께 승승장구하는 사이 두일 역시 세력을 넓혀나간다. 이는 두일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너는 빛이고 나는 어둠이여.”
“두일은 영화에서 한번도 변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스토리의 변화를 따라가는 중에 관객들도 변화에 익숙해지는데, 두일은 변함없는 존재로 등장해 치고 빠지면서 태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한몫한다.”
쫓아갈 때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점에서, 형사와 조폭 역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검사는 양복 입은 조폭이랄 수 있다. “문신은 하지만, 전형적인 모습을 안 하려고 많이 했다. 감독님도 조폭처럼 보이기보다는 검사처럼 보이도록 하라고 했다. 그래서 역을 연구할 때도 깡패를 연구하기보다는 검사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
‘응팔’ 이전과 이후 한 번의 큰 도약을 했다. 지난해 출연한 작품들은 ‘응팔’ 타이틀롤을 맡기 전의 작품들이었다. <더 킹>을 찍으면서는, 드라마 첫 주연작인 <운빨 로맨스>를 함께 찍었다. 지금은 송강호·유해진과 함께 <택시운전수>를 찍고 있다. “운이 좋았다. 인복이 많은 편인데, 인복 때문인지…. 제가 어릴 때 보고 자란 선배님들 사이에서 배울 점이 많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고퀄’(High Quality)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글·사진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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