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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더 킹, 마스터, VIP…본듯한 제목 또 달고 나오는 이유는?

등록 2017-02-06 10:48수정 2017-02-06 13:32

강한 임팩트 노린 영화 제목짓기 공식 때문
‘최고’라는 의미를 지닌 외국어를 제목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각 영화사 제공
‘최고’라는 의미를 지닌 외국어를 제목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각 영화사 제공
<더 킹>, <마스터>, <브이아이피>, <베테랑>…. <마스터>는 지난해 연말 개봉작이고 <더 킹>은 설 개봉작이다. <브이아이피>는 장동건, 김명민 주연 영화로 최근 크랭크업했다. <베테랑>은 2015년 최고의 흥행작이다. 이들 제목 모두 ‘최고’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마스터>는 2012년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제목에 기시감이 드는 건 이뿐이 아니다. 2015년 <베테랑>과 흥행 쌍두마차는 항일 독립군의 작전을 다룬 <암살>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밀정>이었다. 이번 설 개봉작 <공조>에 이어 윤종빈 감독의 <공작>도 크랭크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형>은 11월23일, <작은형>은 30일로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개봉했다. 드니 빌뇌브의 우아한 에스에프 <컨택트>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조디 포스터 주연의 1997년작 <콘택트>를 연상시킨다. <컨택트>의 원제는 ‘어라이벌’이다.

비슷한 인상의 제목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제목 짓기의 일반적 공식이 있기라도 한 걸까? 영화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임팩트’를 강조한다. 두세 자 제목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배급사 뉴의 함진 팀장은 “영화가 너무 많고 바로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인상을 남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예전에는 입소문이 나면 히트를 했지만 지금은 입소문이 날 만큼 기다려주지 않는다. 매주 새로운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시연재 씨제이엔터테인먼트 마케팅실장도 “한국영화에 과열 경쟁 현상이 있다. 이럴 때 제목부터 점검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함진 팀장은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마케팅의 50%로 보았다. “초반 마케팅에서는 포스터하고 예고편이 다다. 예고편에서 마지막으로 제목을 던졌을 때 임팩트가 없으면 아무래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러므로 제목 짓기는 영화 마케팅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시연재 실장은 제목을 정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모니터링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군함도>(류승완 감독, 올여름 개봉작)처럼 제목에 대해 아무런 이견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의 절반 정도는 마케팅 시작 전까지 더 좋은 제목은 없을까 고민한다.” <광해>는 원래 <나는 조선의 왕이다>로 촬영을 진행했는데, 모니터링 결과 많은 이들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선호했다. 그렇다고 설문 결과대로만 가지는 않는다. <공조>는 단어가 어려워서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부제를 넣을까를 고민했던 경우다. <공조: 합동수사> <공조: 비공식 파트너>가 부제 없이 가는 <공조>보다 선호도가 높았지만, 대작 느낌을 살리려고 부제를 넣지 않고 두 글자 제목으로 개봉했다.

좋은 제목에 대한 제작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이진숙 <밀정> 프로듀서는 “임팩트 강하면서도 내용을 요약하여 보여주는 제목이 좋다. <밀정>은 그 시대를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단어이면서 장르까지 보여준다. 어려운 단어지만 제목까지 간 데는 이전 <암살>이 개척한 영향도 있다”고 말한다. 이 프로듀서는 “가령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는 독립영화라서 쉽게 결정했지만 요즘이라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너무 길고 문학적이라 흥행에 도움이 될지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전이 행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래 <초원의 집>이 너무 밋밋해 감독이 <말아톤>(2005년)을 제안했다. 말이 안 되는 말을 어떻게 제목으로 앞세우냐고 하다가 장애를 갖고 있는 인물의 느낌을 담고 있어서 결정되었고 많은 이들이 좋아했다.”(함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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