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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사일런스’, 종교에 대한 근본적 질문

등록 2017-02-20 18:45수정 2017-02-20 20:16

마틴 스코세이지의 종교영화 28일 개봉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왼쪽) 신부 앞에서 기치지로(구보즈카 요스케)가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왼쪽) 신부 앞에서 기치지로(구보즈카 요스케)가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메인타이틀픽쳐스 제공

17세기 초 일본에서 천주교 박해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포르투갈 예수회 신부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루페(애덤 드라이버)는 스승 페레이라(리엄 니슨) 신부를 찾아 일본에 도착한다. 스승이 부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제가 겪은 일본은 처음부터 어려웠지만 지금처럼 짙은 어둠이 깔릴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까지의 전진은 새로운 박해와 새로운 핍박, 새로운 고통입니다. 그들은 구멍 뚫린 국자로 끓는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고통을 최대한 길게 주려 합니다. 한 방울 한 방울이 불타는 석탄 같습니다.” 그 편지를 전한 사제는 페레이라가 배교를 했다고 말한다.

일본에 16세기 전파된 천주교는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큰 세력을 형성했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이를 이은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천주교 뿌리를 뽑기 위해 설득과 회유, 끔찍한 고문을 해나갔다. 3만명을 몰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사일런스>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종교 사상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지금부터 모두 천당에서 주님과 함께하는 거지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세례를 받은 젊은 엄마는 ‘파드레’(신부)에게 묻는다. 가루페 신부는 “천당요? 지금요?”라고 되묻는다.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는 중국에서 만난 일본 어부 기치지로(구보즈카 요스케)의 도움으로 나가사키에 도착한다. 토착민들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죄를 사해주는 신부의 존재를 환영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리시탄’(천주교 신자)이 되면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천국으로 간다는 현실도피적 교리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이 믿는 것이 진짜 ‘교리’인지 신부들은 회의한다.

무엇보다 로드리게스는 두 가지 침묵 속에서 신앙을 회의한다. 바닷가 십자가에 매달린 채 마지막 찬송을 부르는 신자 모키치(쓰카모토 신야)의 노래를 마을의 신자들은 아무도 따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참한 고통을 겪는 이들 앞에 하나님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신음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침묵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로드리게스는 신자들에게 ‘후미에’(성상을 밟는 행위)를 하라고 말한다. 통역자(아사노 다다노부)의 말도 비슷하다.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면 배교하셨을 거야.”

결국 ‘진리’로 나아가는 종교영화지만, 신의 존재를 근본부터 회의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당시의 극심한 박해로 현재 일본의 기독교 신자는 인구의 0.4%에 그친다. 영화는 1865년 250년간 불교 신자로 위장하고 종교를 지켜온 ‘가쿠레 기리시탄’이 있었던 고토섬이 등장하는 등 일본 기독교 역사를 충실히 반영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신부가 일본에 포교하러 간 스토리를 영어로 보여주는 것을 두곤 ‘할리우드 폭력’, ‘제국주의 선교사의 모습을 닮았다’는 원리적 지적도 나온다. 전미비평가협회 각색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라 있다. 28일 개봉.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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