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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트럼프에 맞선 오스카 ‘문라이트’를 비추다

등록 2017-02-28 08:59수정 2017-02-28 09:21

사회 지미 키멀 “국가 분열돼 있는 상황”
트럼프 대 오스카의 전쟁 예고하며 시작
게이 흑인소년 성장기 ‘문라이트’ 작품상
‘라라랜드’는 감독상 등 6개 부문 휩쓸어
26일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스타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여우주연상 에마 스톤, 여우조연상 비올라 데이비스, 남우주연상 케이시 애플렉.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26일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스타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여우주연상 에마 스톤, 여우조연상 비올라 데이비스, 남우주연상 케이시 애플렉.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언제나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가 나오면 ‘정치적 판단’이라는 수식이 나온다. 하지만 89회 아카데미 시상식만큼 정치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26일 저녁(현지시각) 열린 시상식은 ‘트럼프 대 오스카’의 전쟁을 예고하며 시작되었다.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멀은 “국가가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풍자와 조롱으로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가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표현했던 메릴 스트립을 소개하면서는 “습관적으로 후보에 올렸다”며 그의 20번째 노미네이트(<플로렌스>, 여우주연상)를 언급했다.

트럼프의 이민정책은 아카데미 현장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 <화이트 헬멧>의 촬영감독인 시리아인 칼리드 카팁은 터키에서 발이 묶였고,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두 영화는 후보에 그치지 않고 ‘단편다큐멘터리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파르하디는 대독한 편지를 통해 “세계를 우리와 적으로 나누는 것은 공포를 만들어낸다”며 “영화로 공감을 창조해내자”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 사회자 지미 키멀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트위터 화면.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중 사회자 지미 키멀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트위터 화면.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트럼프와의 전쟁을 선포한 아카데미의 선택은 <문라이트>였다. 눈물 많은 게이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리틀, 샤이론, 블랙 3부로 나누어 보여주는 영화다. 흑인 감독 배리 젱킨스는 “달빛 아래선 모두 블루”라는 시적인 대사와 감각적인 화면을 통해 흑인의 거친 삶을 웅변한다.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158개의 상을 가져왔다고 알려졌다. 아카데미에서는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함께 수상했다. 작품상 발표에서 또한 역사에 남을 해프닝이 벌어졌다. <라라랜드>가 작품상으로 호명되어 수상소감을 마쳤는데 발표가 잘못됐다는 것이 알려졌고 <문라이트> 제작진이 다시 무대로 올라왔다.

작품상은 받았다가 돌려줬지만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간 영화는 <라라랜드>였다. <이브의 모든 것>(1950년) <타이타닉>(1997년)과 동률로 가장 많은 총 14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감독상, 주제가상, 촬영상 등 6개의 상을 가져갔다. 감독상을 받은 32살 데이미언 셔젤은 역사상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4년 <위플래쉬>로 각색상 후보에 올랐으며, 외계인물에 밀실물을 곁들인 <클로버필드 10번지>(2016년) 각본을 쓰는 등으로 천재성을 보여주었다. <라라랜드>의 에마 스톤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베네치아(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하여 주요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젊은 감독처럼 젊은 20대 배우다. <라라랜드>에서 배우 지망생 미아 역을 맡아 매력을 발산했다.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 받았다. 2012년 <아르고>로 작품상, 1998년 <굿윌헌팅>으로 각색상을 받은 재능 있는 형 벤 애플렉과 함께 ‘아카데미 형제’가 되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형이 사망하면서 남은 조카를 돌보기 위해 주인공이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이야기다. 케이시 애플렉이 후보에 오르면서 2010년 다큐멘터리 <아임 스틸 히어> 촬영 중 여성 프로듀서를 성희롱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문 일이 다시 점화되기도 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감독 케네스 로너건은 각본상을 받았다.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루스 네가(사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 레드카펫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루스 네가(사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 레드카펫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를 비롯하여 화제작들 <라라랜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모두 ‘저예산 수준’의 영화들이다. <문라이트>는 500만달러(56억원 규모), <맨체스터 바이 더 씨> 1천만달러(113억원), <라라랜드>가 3천만달러(34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올해는 배우들이 제작자로 변신한 작품들이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덴절 워싱턴이 <펜스>의 감독·주연·제작을 맡았고, 브래드 핏은 <문라이트>, 맷 데이먼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제작자다. 조지 클루니는 다큐멘터리 <화이트 헬멧>의 제작자다.

지난해 아카데미를 정리하는 해시태그가 된 ‘#오스카소화이트’(#OscarSoWhite)에 대한 반성이었는지 올해는 사상 최다의 흑인 배우들이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비올라 데이비스(<펜스>), 나오미 해리스(<문라이트>),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스>) 등 3명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에 덴절 워싱턴(<펜스>), 여우주연상에 루스 네가(<러빙>) 등 6명이다. 마허샬라 알리(<문라이트>)가 남우조연상을, 비올라 데이비스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트럼프와의 전쟁’을 표명하지 않더라도 ‘가장 미국적’이라는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자·수상자의 면면은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임을 보여준다. <라라랜드>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프랑스 출신 공학자의 아들이고, 촬영상을 받은 <라라랜드> 리누스 산드그렌은 스웨덴 출신이다. <컨택트>의 드니 빌뇌브 감독은 캐나다 퀘벡주 출신이다. 마허샬라 알리는 개종한 무슬림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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