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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감옥에서 본성 드러내는 인간 군상 그리고 싶었다”

등록 2017-03-20 14:11수정 2017-03-20 20:19

23일 개봉하는 <프리즌> 나현 감독 인터뷰
사람을 죽인 일당이 바쁘게 돌아가는 곳은 감옥이다. 일당을 태운 차가 들어가면 철문이 일사분란하게 닫히고 이들은 수형복으로 갈아입는다. 23일 개봉하는 <프리즌>은 제목 그대로 감옥을 배경으로 했다. 교도소장을 비롯하여 교도소를 완전 장악한 익호(한석규)는 감옥 밖 폭력 사건들을 수뢰해 부를 축적해나간다. ‘가슴팍에 개나리가 핀’(말썽을 피우는 수형자의 가슴팍 노란색 명찰을 지칭하는 감옥 용어)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감옥에 들어오고, 그의 시선을 따라 익호를 정점으로 한 괴상한 폭력 조직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는 장르물의 공식을 그대로 밟으면서도 긴장감을 오차 없이 쌓아나간다. ‘감옥 장르물’ 영화를 만든 이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화려한 휴가> <마당을 나온 암탉> <남쪽으로 튀어> 등 ‘감성적’ 시나리오를 써온 나현 감독이다. <프리즌>은 그의 첫 연출작이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나 그에게 “왜 감옥 장르물을 데뷔작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물었을 때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강렬한 이야기를 원해서”였다. “일종의 휴먼물이 성공을 거두면서 비슷한 시나리오 의뢰가 많이 들어왔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이런 영화를 하고 싶었다.”

<프리즌> 나현 감독.
<프리즌> 나현 감독.
그리고 싶었던 건 “감옥 속에 세상의 축소판같이 존재하는 인간 군상들”이었다. 익호를 누르고 싶어서 환장한 창길(신성록), 악의 동조자로 단단히 발목이 잡힌 교도소장(정웅인), 다른 사람의 비리를 보면서 자기도 그 속에 끼고 싶은 교도관 등 영화는 1971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처럼 인간의 권력 관계도를 복잡하게 그려낸다. “유리된 공간에서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한석규가 연기하는 익호의 모습이 ‘후덜덜’하다. 익호는 김동인의 <붉은산>에서 ‘삵’이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의 본명이다. 나(余)의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 <붉은산>에서 익호는 팔도 사투리를 쓰고, 중국말과 일본말을 하는 과거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나온다. <프리즌>의 익호 역시 영화 끝까지 과거를 알 수 없다. “처음에는 과거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여러 방식으로 넣었다. 그러다 기를 쓰고 살다 보니 여기에 오르게 되었다는 힌트만 넣었다.” 나 감독은 그를 “외발 자전거에 올라탄 사람”이라고 말한다. “교도소장은 ‘그만 하라’지만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외발자전거는 쓰러지고 만다. 몸에 문신은 없지만 작은 상처들이 몸에 가득하다.” 한석규 역시 <접속> <서울의 달> 등 과거가 없었던 사람 마냥 익호를 만들어갔다.

익호가 범죄에 쓸 ‘인재’를 고르고, 분란을 해결하고, 사업을 잘하기 위해 뇌물을 먹이는 방식은 감옥만 아니면 기업의 회장님 같다. 유건에게 건네는 말도 ‘회장님’의 훈화 말씀 같다. 유건 역시 성공지향의 샐러리맨처럼 익호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애쓴다. 감독은 익호와 유건 사이의 ‘밀당’에 공들였다며 꼼꼼히 봐달라고 주문했다. <쇼생크 탈출>의 레드(모건 프리먼)가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을 보자마자 “나는 처음부터 그가 마음에 들었다”라 말하는 것처럼, 유건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음에도 바로 곁에 두지 않는다. 유건이 익호와 눈을 맞출 수 있는 식당으로 배치된 뒤에도 익호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영화 <프리즌>에서 ‘모범수’ 익호(한석규, 왼쪽)는 감시탑에 올라 맥주를 마시며 감옥을 조감할 정도로 감옥 안의 절대 권력이다. 유건(김래원)은 그런 익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쓴다. 쇼박스 제공
영화 <프리즌>에서 ‘모범수’ 익호(한석규, 왼쪽)는 감시탑에 올라 맥주를 마시며 감옥을 조감할 정도로 감옥 안의 절대 권력이다. 유건(김래원)은 그런 익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쓴다. 쇼박스 제공
감옥이라는 틀을 빌린 권력의 욕망도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세를 불려나간 한국 상황의 은유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95년인 이유는 “사회가 부패할수록 교도소도 마찬가지”라서다. 이 배경을 선택하면서 시대 고증에 집중했다. 2000년대 ‘수형시설 인권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감옥은 국방부에서 경비교도대원을 파견하고, 두발도 자유롭지 못했다. 운 좋게 운영이 중단된 전남 장흥교도소를 빌려서 촬영했다. “감옥을 훑었다”는 홍보 문구대로 감옥의 낙서를 재현하고 중요하게 사용했다. 여성이 출연하지 않는다. 감독은 “여자들만 나오는 ‘우생순’ 시나리오도 썼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절대로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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