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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배역에도 ‘페미니스트 삶’ 투영하는 그녀, 엠마 왓슨

등록 2017-03-23 15:13수정 2017-03-23 21:50

200만 관객 동원한 <미녀와 야수> 주연
영화 ‘비수기’ 3월에 역대 개봉 신기록
<미녀와 야수>에 출연한 에마 왓슨.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녀와 야수>에 출연한 에마 왓슨.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녀와 야수>가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비수기 3월의 역대 개봉 신기록을 작성했다. 새 개봉작들이 합류하는 23일에도 예매율 40%를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를 2주째 지켰다.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벨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똑똑이’ 헤르미온느, 에마 왓슨이 연기한다.

“두꺼비 못 봤니?” 헤르미온느가 기차에서 해리와 론에게 말을 걸며 나타나던 때로부터 16년, 에마 왓슨은 할리우드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4월에도 칠레 쿠데타 이후 반정부 인사 고문을 한 종교집단을 다룬 <콜로니아>, 사생활을 감시하는 기업을 소재로 한 <더 서클>로 관객들과 눈을 맞출 예정이다. 갈수록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왓슨을 이야기해본다.

■ 배우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해리 포터’ 시리즈가 나온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전세계는 ‘헤르미온느’ 왓슨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았다. 카메오로 나오는 코미디 <디스 이즈 디 엔드>(2013년)도 왓슨의 출연을 홍보 포인트로 삼았을 정도로, 그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놀라운 점은 왓슨이 이런 대중의 관심에 포획되지도, 그렇다고 이를 무시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세계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발언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이제 그의 프로필에는 배우, 모델 이외에도 ‘활동가’가 명기되어 있다.

2016년 9월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의 양성평등 캠페인인 ‘히포시’(heforshe) 주최 리셉션에 참석한 엠마 왓슨. 히포쉬 누리집 갈무리
2016년 9월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의 양성평등 캠페인인 ‘히포시’(heforshe) 주최 리셉션에 참석한 엠마 왓슨. 히포쉬 누리집 갈무리
2014년 왓슨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의 양성평등 캠페인인 ‘히포시’(heforshe) 친선대사 자격으로 연설을 했다. 왓슨은 어린 시절 성차별적인 말을 들었던 경험을 들려주고 그런 상황이 남성들에게도 장애로 작용한다며 양성 공존의 스펙트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엔 웹사이트 ‘굿리즈’(gooreads.com)에 페미니스트 북클럽 ‘아워 셰어드 셸프’(Our Shared Shelf)를 만들고 책장을 공개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길 위의 나의 인생>, 흑인 여성운동가인 벨 훅스의 <행복한 페미니즘>, 여성 소설가 재닛 윈터슨의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니다> 등이 목록에 들었다. 2013년 영국 잡지 <지큐> 선정 ‘올해의 여성’에 올랐던 왓슨은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매년 선정하는 ‘영향력 있는 100인’에 26위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월에는 자기 개발과 여성권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1년을 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체성’ 배어있는 작품 선택

에마 왓슨이 헤르미온느 시절 출연한 영화 중에 <발레 슈즈>(2007년)가 있다. 혈연으로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여성들이 ‘가족’이 되어 한 집에 모여사는 이야기다. 왓슨은 여기서 인정 욕구가 높은 배우 폴린 역을 했다. 영화 촬영장에서 감정 몰입을 못하던 폴린에게 감독은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극에 대입해보라”는 충고를 보낸다. 왓슨은 폴린과 달리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배신하지 않는 선에서 ‘배역’을 선택해왔다.

왓슨은 2011년 <블링링>으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다. 미국 할리우드의 빈집털이범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가져온 영화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이 출연을 “오랫동안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에이전트에 이야기한 결과”라고 말한다.

<미녀와 야수>에서도 에마 왓슨은 자신의 캐릭터인 벨이 좀더 독립적이기를 원했다. “활동적이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면이 비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엘런 디제너러스 쇼’ 인터뷰)했기에, 벨을 발명가로 설정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코르셋을 입지 않았다. 벨은 말이 원통을 돌려 빨래를 하는 세탁기를 발명하고, 아버지의 시계 수리 부품을 척척 갖다준다. <콜로니아>에 출연한 계기 역시 ‘여성이 남성을 구해내는 스토리’였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미녀’를 둘러싼 논란들

이런 그의 모습은 <미녀와 야수>를 둘러싸고 ‘페미니즘 논란’이 가열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버지를 위한 희생을 ‘자기 선택’이라고 강조하지만, 여전히 가족을 위해서 희생양이 되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없다.” 영국 <옵서버>는 벨이 여전히 ‘반여성적’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일간지 <가디언> 역시 발명품이 세탁기인데 여전히 가사노동에 대한 성적 고착을 유지하고 있는 설정이라는 점, 미에 관한 관점, 재산과 지위에 관한 여성의 매료 등을 들며 조목조목 영화의 ‘거대한 구멍’을 비판한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남성에게 아부하는 여성들을 대비하여 “벨이 유일하게 괜찮은 여성”이라고 강조하는 점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그가 잡지 <배니티 페어> 3월호에서 상반신 누드를 선보인 뒤의 비난도 그가 페미니스트이기에 나왔다. 그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선택권을 갖는 것”(<로이터>와의 인터뷰)이라고 반응했다. 정면돌파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드라마 <상속자>의 부제) 그는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젊은 지도자 모임 ‘원 영 월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장 크고 훌륭하고 강력한 자아가 되려고 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에마 왓슨의 유엔 연설 동영상 바로보기

<에마 왓슨의 말말말>

“패리스 힐튼은 집에 돼지를 키우더라고요. 그것이 가장 부러웠어요.”

-2011년 <블링링>에서 ‘밸리걸’을 연기할 때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맞받아치며

“이제는 우리 모두가 성을 극단적인 두 지향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스펙트럼으로 볼 때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무엇이 아닌가로 정의하는 것을 그만두고 서로가 무엇인가로 정의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더 자유로워질 것이고, 이것이 ‘히포시’(HeForShe)가 추구하는 전부입니다.”

-2014년 유엔 ‘히포시 캠페인’ 연설

“9월 연설 이후에 ‘나를 위협하기 위한 웹사이트’가 만들어졌다. 내 누드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었고 카운트다운 시계를 띄웠다. 사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성평등 이슈를 알고 있지만 긴급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여성 인권을 위해 일어나자 바로 협박당했다. 바로 12시간 만에. 정말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나를 깨웠다. 이런 게 여성이 받고 있는 탄압이다.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그래서 페미니스트 운동이 필요하다.”

-2015년 영국 잡지 <미러> 인터뷰

“제게 격려가 됐던 몇가지 문장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나는 보여지고자 한다. 나는 소리내어 말하고자 한다. 나는 계속하고자 한다. 나는 다른 이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들으려고 한다. 나는 혼자라고 느낄 때에도 계속 전진하고자 한다. 나는 매일 밤 스스로와 평화를 유지한 채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나는 가장 크고 훌륭하고 강력한 자아가 되려고 한다. 이 일곱 개 문장들은 나를 정말 겁먹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모든 것의 요점입니다. 여러분, 이 문장들 중 하나를 며칠 안에 떠올려주세요.”

-2016년 ‘원 영 월드’(one young world) 연설 중

“페미니즘은 여성이 선택권을 갖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비판의 잣대가 아닌 자유와 해방 그리고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 ‘젖가슴’이 대체 무슨 상관인가.”

-3월 베니티 페어(Vanity Fair) 화보를 공개 뒤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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