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연기에 마법이란 없다”

등록 2017-03-30 16:27수정 2017-03-30 21:31

‘배우들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 재일동포 3세 이상일 감독
30일 개봉한 <분노>에 당대 일본 최고 스타들 대거 출연
“배우 기존 이미지 산산조각내는 연출, 힘들지만 출연 원해”
<분노> 이상일 감독.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분노> 이상일 감독.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한여름 도쿄 주택가에서 부부가 살해된다. 살인범은 아내를 죽인 뒤 찜통이 된 집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퇴근한 남편을 살해했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은 벽에 피해자의 피로 쓴 글자 ‘怒’(성낼 노)를 발견한다. 살해범은 전국에 지명수배된다. 1년 뒤,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쓰마부키 사토시)는 게이클럽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동거를 시작한다. 요헤이(와타나베 겐)는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지바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이코는 항구에서 일하는 다시로(마쓰야마 겐이치)와 사랑에 빠진다.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무인도에서 배낭여행을 하는 다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난다. 나오토, 다시로, 다나카 누가 살해범일까.

30일 개봉한 <분노>는 세 개의 옴니버스를 교직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신문 연재작이 원작이다. 재일동포 3세 이상일 감독에게는 요시다의 전작 <악인> 영화화 이후 두번째 만남이다. 소설은 ‘누가 살인범인가’를 밝혀내는 스릴러 구조를 갖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신뢰와 사랑의 문제가 부각된다. 소설이 ‘누가 분노에 먹혔는가’라면 영화는 ‘누가 의심에 먹히는가’라고 묻는 듯하다.

3억~4억엔이 든 크지 않은 영화인데, 일본 당대의 최고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21일 기자시사 뒤 프로듀서 가와무라 겐키는 “이상일 감독은 배우의 정해진 이미지를 산산조각 낸다. 그래서 굉장히 힘들지만 배우가 출연하고 싶어한다”며 “<곡성> 나홍진 감독이 힘들기로 유명하다던데, 우리 현장도 못지않다”고 말했다. 아버지 요헤이 역을 맡은 와타나베 겐도 이 감독의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존경했던 배우들이 이상일 감독이 꼭 작업해야 할 감독이라고 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분노>에서 청춘스타 미야자키 아오이는 어느 때보다 처절한 눈빛을 보이고, 어린 히로세 스즈는 성숙해지는 고등학생을 보여준다. 이상일 감독의 전작 <훌라 걸스>의 아오이 유, <악인>의 쓰마부키 사토시 역시 일생일대의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22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이 감독을 만나, 배우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는지를 물었다. 답은 “마법이란 없다”였다.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쓰마부키 사토시)는 게이클럽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동거를 시작한다. 미디어캐슬 제공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쓰마부키 사토시)는 게이클럽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동거를 시작한다. 미디어캐슬 제공
“촬영 기간 내에 모든 것을 정할 수는 없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반 정도가 정해진다. 리허설 때 던지는 말이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아야노 고와 쓰마부키 사토시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장면 리허설에서 감독은 “게이 둘이 밥을 먹는 것 같지 않고 연예인이 밥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둘은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공기감’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동거를 했다. 미야자키 아오이에게는 전작들의 연기 스타일을 분석한 뒤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연기를 한다. 마음을 열어라”라고 주문했다.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무인도에서 배낭여행을 하는 다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난다. 미디어캐슬 제공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무인도에서 배낭여행을 하는 다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난다. 미디어캐슬 제공
모리야마 미라이는 오키나와의 무인도에서 실제로 생활을 했다. “촬영지 섬을 정한 뒤 미라이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실제로 갔더라.” 미라이는 촬영진이 철수한 무인도에 남아 혼자서 지내기도 했다. “다음날 들어가면 바닷물에 머리를 감고 있더라. 영화 속에서 무인도에서 1년의 시간이 흐르는데, 그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숙제였다. 몸으로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요헤이(와타나베 겐)는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지바 집으로 데리고 왔다. 미디어캐슬 제공
요헤이(와타나베 겐)는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지바 집으로 데리고 왔다. 미디어캐슬 제공
강한 연기를 주로 해온 와타나베가 한번도 소리 지르는 법 없는 아버지 역이 가능하리라 어떻게 생각했을까. 감독은 “와타나베에게서 요헤이를 보았다”고 말한다. “백혈병으로 생명의 위기를 느낄 때까지 갔고 가정적으로도 복잡한 일들을 겪었다. 여러 가지 절망을 제대로 보아온 사람”이어서다. “배우란 카메라 앞에서 고독하다. 그것을 공유를 해야 한다.”

영화는 인물의 뒷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등으로 말을 한다’는 말이 있다. 등에는 주저함, 불안이 나타난다.” 등에는 이 영화의 주제가 간절하게 나타난다. “이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관객들이 상상하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등으로 한 연기’에 오케이 사인은 어떻게 냈을까. “등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스킬이다. 모니터를 보고 배우가 동의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1.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2.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3.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4.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5.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