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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비구니’ 작가 송길한 “영화가 유린되는 일 없어야”

등록 2017-04-28 19:14

불교계 반발로 제작중단된 영화
33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서 복원·상영
28일 오후 <비구니> 부분 복원 상영이 이루어진 뒤 송길한 작가, 김지미 배우, 임권택 감독(왼쪽부터)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28일 오후 <비구니> 부분 복원 상영이 이루어진 뒤 송길한 작가, 김지미 배우, 임권택 감독(왼쪽부터)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28일 오후 영화 <비구니>의 부분 복원 상영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루어졌다. 복원 상영은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의 특별전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의 일환이다. <비구니>는 1984년 태흥영화사 창립 작품으로 준비한 영화로 영화의 5분의 1, 30장면 정도를 찍은 뒤 불교계의 반발로 촬영이 중단됐다.

남아있던 필름은 2013년 태흥영화사 창고에서 발견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상복원과 색보정 등 디지털 마스터링 작업을 했다. 부분 복원된 상영 분량은 38분이다. 소리는 유실되었다.

복원된 영화에서는 기생 출신의 수연(김지미)이 출가하고 속세에서 수행을 하다 전쟁고아들을 살리려고 희생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남성(김희라)의 비뚤어진 욕망에 희생당해 괴로워하며 눈밭을 뒹굴고 한겨울의 물 속에 전라로 들어가는 장면은, 소리가 없는데도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비구니>는 당시 미국에서 자녀 교육에 전념하던 김지미의 영화 복귀작으로, 그가 감행한 삭발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그해 6월10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비구니대표대회’가 열렸다. 기생이 스님이 되는 등의 설정이 ‘불경’하다고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단체로 혈서를 쓰고 철야 법회를 열어 영화 제작을 비난했다. 일부 승려들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다 30여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대표대회 이틀 뒤 영화사는 제작 포기를 선언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부분 복원 상영된 <비구니>.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부분 복원 상영된 <비구니>.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이날 영화제에선 작품의 이해를 도우려고 별도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영화와 함께 상영했다. 송 작가,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김지미 배우의 인터뷰가 담겼다. 다큐멘터리에서 임 감독은 “군부와의 대치에서 자존심 상했던 불교계가 정권에 대한 반발로 영화도 밟은 셈”이라고 맥락을 더듬는다. 또 “이전 <만다라>를 찍고 불교가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에, 중생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대승불교의 수행을 찍고 싶어서 만든 작품”이라고 말한다.

영화 상영 뒤 제작진과 관객이 만난 ‘시네마 클래스’에서 송 작가는 “한 시절을 술로 지샜고, 임권택 감독이 이후 <길소뜸> 현장에서 충격으로 머리 회전이 잘 안 된다고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며 “함부로 작품을 유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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