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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위기 조장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항상 해왔던 일”

등록 2017-05-02 16:20수정 2017-05-02 19:55

현대 영국영화 대표하는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 인터뷰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 구둘래 기자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 구둘래 기자
2002년 작품 <인 디스 월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불법 이민 경로를 따라가는 영화다. 첫 부분엔 이들이 임시거처하는 파키스탄 난민촌 상황을 알려주는 내레이션이 들린다. 영락없는 다큐멘터리다. 국경을 넘는 둘의 여정을 그리는 ‘픽션’ 상황도 흔들리는 화면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찍혔다.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면서도, 어떤 것이 설정이고 어떤 것이 진짜일지 질문하게 된다. <인 디스 월드>를 포함해, 영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마이클 윈터보텀의 ‘픽션/논픽션 경계성’을 보여주는 영화 10편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에서 상영되고 있다. 감독이 한국을 방문해 관객과도 만난다. 5월 첫날 오전 한국에 도착한 윈터보텀 감독을 오후에 만나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가짜인지’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인 디스 월드>,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인 디스 월드>,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처음엔 두 난민의 이민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난민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료조사를 광범위하게 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많았기에 파키스탄 난민촌에 있던 실제 아프가니스탄 난민 두 명을 캐스팅했다. 이들은 난민촌에서 영국까지 (그 당시 난민들의 불법 이민) 경로를 따라갔고, 마지막엔 자막대로 영국에 도착했다. 다시는 동생을 못 본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의 얼개가 정해진 뒤 펼쳐지는 이야기는 개별적인 상황과 배우의 대응·대사에 맡겼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이는 관객이 영화에 비판적인 거리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영화적 전략이다. “픽션 영화에서 어린 소년이 죽음을 당하면 감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오히려 진짜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2006년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는 더 분명하게 일반인의 비극을 세계 역사의 한 축으로 해석한다. 영화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이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여행을 떠났다가 쿠바의 관타나모 감옥에 갇히게 되는 실화를, 인터뷰와 재연을 통해 구성했다. <인 디스 월드>는 2003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2006년 같은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

<나인 송즈>,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나인 송즈>,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픽션적 상황에서도 영화는 리얼하게 상황을 재현한다. <나인 송즈>(2004년)는 콘서트에서 만난 미국 여자와 영국 남자가 함께 가는 9번의 콘서트와 성행위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영화를 두고 ‘포르노’ 논란이 일었고, 2011년 국내 개봉 당시 10분이 잘려 개봉되었다. 영화제에서는 무삭제판으로 상영된다. “음악은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하기 때문에 구상했다. 러브스토리인데 성행위가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영화는) 작가의 의도대로 관객에게 보여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소설이나 음악에 비해 영화는 여러 단계에서 검열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나는)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 방해를 덜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해피엔딩’이 없는 현실을 영화가 모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쇼크 독트린>(2009년)은 더 의외로 느껴진다. “동명의 책 지은이인 나오미 클라인의 의뢰로 만들어졌고, 책의 주제를 간결하게 잘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쇼크 독트린>은 재난을 자본주의의 공고화 기회로 삼는 시카고학파 경제이론의 문제점을 파헤친 영화다.

<쇼크 독트린>,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쇼크 독트린>,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묻자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흥미로운 시간에 도착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를 강조해왔다. 한국에 도착하니 (미국이 강조하는 위기와 달리) 여유로워 보인다. 한국 대선에서 행운을 빈다.”

전주/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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