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듀오밴드 ‘오리엔탱고‘ 24∼26일 고별무대
아르헨 팬들 곁으로 “재충전해 한국 다시 올 것”
아르헨 팬들 곁으로 “재충전해 한국 다시 올 것”
탱고음악은 아르헨티나 고유의 4분의2 박자 춤곡이다. 정열적인 느낌의 멜로디에는 서민들의 애환과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녹아있다. 2002년부터 아르헨티나 탱고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동포 출신 듀오밴드 ‘오리엔탱고’가 24~26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서울에서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Seoul)라는 이름의 고별무대를 갖는다. “너무 오랫동안 아르헨티나 팬들과 떠나 있었어요. 아르헨티나에서 하던 활동을 계속해 나가면서 앞으로 일본에서 쇼케이스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탱고음악과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리려고 합니다.” 올해 서른살 동갑내기인 피아니스트 지니(정진희)와 바이올리니스트 서니(성경선)는 “고별무대라고 했지만 우리는 재충전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르헨티나 이민 1.5세대인 ‘오리엔탱고’는 2000년 7월 동양인 최초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립음악홀 연주에서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소야의 작품을 연주해 그의 부인 라우라 에스칼라다를 울리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 10월 국내에서 첫 앨범을 내고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가진 첫 내한공연을 잊지 못한다.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니 아찔하더군요.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고 긴장되어 어떻게 했는지 연주회가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어떤 관객은 ‘처음 탱고음악을 들었는데 가슴이 아리다.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고 말했어요. 한국 관객들이 감정을 많이 절제하는 사람들이구나 느꼈어요.”
서니는 “그 뒤로 공연 때마다 관객들에게 탱고는 자유로운 음악이므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즐겨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박수도 아끼더니 몇 차례 공연이 이어지자 이제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저희들도 편하게 연주를 할 수 있었고요. ‘브라보’도 크게 외치고, 신나면 일어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원래 한국인들이 신명이 많은 사람이잖아요.” 현재 동양인 최초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시 공식 탱고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양로원이나 교도소 방문 콘서트를 벌여왔다. 또 한국에서도 독거노인돕기 자선콘서트, 수녀원 방문콘서트,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콘서트, 학생들을 찾아가는 콘서트 등 문화 소외층을 위한 연주회를 10여 차례 열었다. 지니는 “아르헨티나 연주회에서 반드시 한국민요를 연주하는데 매우 좋아하더라”면서 “탱고음악과 한국민요는 모두 인간의 한을 표현한다는 데 공통적인 색깔과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2003년 9월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시 근교의 한 수녀원에 시각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수녀원에 찾아가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탱고음악에 이어 “고향을 그리는 노래를 들려주겠다”라며 ‘고향의 봄’을 연주했더니 많은 장애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우리가 비록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고향을 보지 못했고, 한국 가사의 뜻도 모르지만 당신들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탱고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아르헨티나 팬들이 오리엔탱고를 아끼는 마음은 끔찍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전화나 이메일로 ‘너희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연주하던지 우리는 마음속으로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격려해줍니다. 또 ‘너희는 10년 넘게 우리와 함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기를 마셨고 탱고의 거리를 함께 걸었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쉬었다. 우리는 너희들이 연주하는 탱고를 믿는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었어요.” 이들은 400여석 규모의 아담한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 최근 발매된 <프로젝트 2005>를 비롯해 이전 1~2집 음반에 실린 피아소야의 여러 작품과 자작곡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 ‘슬픈 열정’을 비롯해 한국 동요 및 민요를 일렉트릭 탱고로 들려준다. (02)324-3814.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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