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해변을 산책하다 안개와 빛이 자욱한 숲의 대기 속으로 빠져든다. 해변로 중간에 있는 중동 그랜드조선 호텔 4층 가나부산 전시장에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환각적 풍경이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몸과 손을 쓰지 못하게 된 어려움을 딛고 재기의 근작들을 그린 도성욱 작가의 근작전 `이모션‘(12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더욱 미묘해진 색감으로 일렁거리는 숲속 공기의 움직임과 빛의 어울림을 담아낸 작가의 열정과 집념을 느낄 수 있다.
해변을 지나 달맞이길 중간에 있는 조현화랑의 이배 작가 개인전(내달 3일까지) 전시장을 가면 설치작품처럼 바닥과 벽에 펼쳐진 먹 드로잉 신작을 볼 수 있다. 해운대 인근 광안리에 자리한 미광화랑의 이정자 개인전(23일까지)도 들러볼 만하다. 관광명소인 부산 감천마을의 집들을 조형적 구조의 맥락에서 포착해 묘사한 연작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