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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거장 김환기를 새삼스럽게, 색다르게 기억하다

등록 2022-10-15 07:00수정 2022-10-17 02:31

서울에서 열리는 3건의 김환기 전시들
서울 강남 갤러리에스투에이(S2A)에 내걸린 김환기의 1950년대 수작인 <귀로>의 일부분.
서울 강남 갤러리에스투에이(S2A)에 내걸린 김환기의 1950년대 수작인 <귀로>의 일부분.

수화 김환기(1913~1974)를 한국 현대회화의 최고 거장으로 꼽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품 가격대를 형성한 말년의 푸른 점화 대작들을 떠올릴 법하다.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국내 작가로는 유일하게 100억원대를 돌파한 기록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미술계에서 수화를 높이 추앙하는 이유는 기실 다른 어떤 화가보다도 폭넓은 문화적 안목과 국내외에 걸친 예술 인맥을 바탕으로 창작의 지평을 넓혀왔다는 점에 기인한 바 크다. 단순히 그림뿐 아니라 도자기와 문인화 같은 전통 미술사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탐구를 거듭했고, 문학과 건축 등 문화계 다른 영역 인사들과도 폭넓은 지적 교분을 쌓으면서 시기별로 각기 다른 자신의 추상 세계를 이룩했다.

지금 서울에선 푸른 점화와 도자기 그림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김환기의 드넓은 예술적 자장을 새삼스럽게, 색다르게 조명하고 환기시키는 3건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환기 명작들의 보금자리인 부암동 환기미술관이 건립 30돌을 맞아 건축의 내력과 앞으로의 미술관 비전을 모색하는 기획전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를 펼쳐놓았다.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추상조각 거장인 우성 김종영(1915~1982)과 김환기의 인연을 되새김하는 ‘수화와 우성, 70년 만의 재회’전을, 삼성동 갤러리에스투에이(S2A)는 국내 작품 경매 최고가 132억원 기록을 세운 1971년 대작 <우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화중서가(畵中抒歌)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 기획전을 차렸다.

거장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기획전 ‘화중서가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 갤러리에스투에이(S2A) 전시장 일부 모습. 별도로 마련된 대작 &lt;우주&gt;의 전시실이 왼쪽에 보이고 오른쪽 공간에는 김환기의 1957년 작 &lt;영원의 노래Ⅱ&gt;가 보인다.
거장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기획전 ‘화중서가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 갤러리에스투에이(S2A) 전시장 일부 모습. 별도로 마련된 대작 <우주>의 전시실이 왼쪽에 보이고 오른쪽 공간에는 김환기의 1957년 작 <영원의 노래Ⅱ>가 보인다.

대중적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는 <우주>를 별도의 진열 공간에 선보이면서 1950~70년대 도자기와 꽃, 점화 등 17점을 선보이는 에스투에이의 ‘화중서가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전(12월21일까지)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감상의 집중도를 높인 <우주>가 우선 눈에 띄는 볼거리지만, 생선 꿰미를 들고 머리에는 짐을 이고 집에 가는 50년대 여인의 모습을 단순하고 조형적인 도상으로 화면에 올린 <귀로>와 봄에 망울 터지는 매화꽃의 순간들을 담은 <항아리와 매화>의 강렬한 이미지가 매혹적인 잔상을 남긴다.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에 처음 나온 환기미술관 건립 당시 설계도면첩.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에 처음 나온 환기미술관 건립 당시 설계도면첩.

환기미술관 기획전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12월31일까지)는 미국 유학 시절 수화와 인연을 맺은 건축가 우규승이 1988년 수화의 부인 김향안과 깊이 교감하며 환기미술관 건물을 짓기까지의 기본적인 개념과 설계 흔적들을 수화의 낯익은 작품들과 함께 보여준다. 특히 2층에서 두껍게 편철된 미술관 설계도면을 담은 진열장과 그 주위 벽면에 설계도면의 복제본들을 붙인 설치공간이 눈길을 끈다.

김종영미술관의 ‘수화와 우성, 70년 만의 재회’전(11월13일까지)은 1948~50년 서울대 미대 교수를 함께 지냈고, 한국전쟁 당시 창원에서 잠시 만났던 수화와 김종영의 낯선 인연을 풀어내면서 운을 뗀다. 자유로운 형상과 색면의 표현을 추구했던 수화의 추상 드로잉과, 세잔의 영향을 받아 사물과 형태의 조형 원리를 파악해 덩어리로 표출하는 데 주력했던 김종영의 ‘불각의 미’를 담은 드로잉들을 대비시키면서 판이하게 달랐던 두 사람의 작품의식과 세계관을 통해 한국 추상미술사의 내밀한 단면을 보여준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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