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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서울 주택가 골목에 우주 기운 흩뿌린 예술가들

등록 2022-10-20 12:37수정 2022-10-20 13:17

화제의 전시
서울 양평동 전시공간 홀1에서 선보이고 있는 윤향로 작가의 대작 패널 회화.
서울 양평동 전시공간 홀1에서 선보이고 있는 윤향로 작가의 대작 패널 회화.

예술가들이 서울의 후미진 주택가 골목에 들어와 우주와 자연의 기운을 흩뿌려놓았다. 옛 적산가옥이 많은 후암동과 1970~80년대 판잣집 천지였던 봉천동, 근대기부터 들어선 공장들이 집들과 뒤섞여 있는 양평동이 난장의 무대가 되었다.

지금 서울 지하철 봉천역 근처의 주택가에 있는 실린더갤러리 안에는 표면에 안료를 마구 흩뿌려 혼돈의 우주 이미지를 입힌 듯한 기둥 조형물 세개가 서 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돼 오는 30일까지 펼쳐지는 윤향로 작가의 신작 전 ‘태깅(Tagging·꼬리표 만들기)’의 현장이다. 마치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 잭슨 폴록(1912~1956)의 드리핑 회화(안료를 화폭 위에 마구 흩뿌리는 그림)나 그래피티(낙서)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기둥 조형물 표면의 무수한 색 점과 색 선, 질질 흘러내린 안료의 자국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작가가 임의로 흩뿌린 것들도 있지만 이 색 면들의 상당 부분은 잉크젯 프린터로 뽑아낸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졌다. 마치 우연과 필연이 욕망 속에 교차하는 세상과 우주의 압축된 정경을 표상한 듯한 면모로 다가온다. 이런 작가의 감수성은 앞서 20일 마무리되는 양평동 전시공간 홀1의 또 다른 신작전에서도 극명하게 표출된다.

옛 공장의 낡은 트러스트 지붕 아래 다섯폭의 패널을 맞붙여 만든 대형 화폭은 광대한 심해나 우주의 공간 속을 연상시키는 검은 색깔로 전면이 뒤덮여 있다. 화면 곳곳엔 희끗희끗한 붓 자국이 틈새처럼 번들거린다. 봉천동 공간의 기둥처럼 이 평면의 색깔들 또한 잉크젯 프린터로 뽑아낸 기계적 흔적과 작가의 붓질 자국이 뒤섞여 있다. 인공적 조작과 작가의 수공적 작업이 서로 삼투하는 구도로 우주적 이미지를 빚어내는 추상 작업이다.

작가는 이 시대의 시각적 현실과 디지털화한 일상을 부유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추상이란 개념으로 ‘태깅’하려 한 것일까. 서구 유명 대가들의 그림이나 한국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을 재해석하는 유사 회화를 창작해온 윤 작가는 낯선 공간에서 드리핑 기법을 평면과 기둥에 구사하는 형태를 내보이면서 확장된 작가적 시야와 태도를 보여준다.

서울 후암동 케이피갤러리 전시장에 내걸린 덴마크 사진작가 스트룀베그의 출품작 중 일부. 노형석 기자
서울 후암동 케이피갤러리 전시장에 내걸린 덴마크 사진작가 스트룀베그의 출품작 중 일부. 노형석 기자

국내외 비주류 사진가들의 개성적 작품들을 선보여온 서울 후암동 케이피갤러리에도 우주류의 사진들이 나왔다. 우주와 세상의 만물 사이의 유기적 기운을 화두로 삼은 스웨덴 작가 헨릭 스트룀버그의 근작들이 선보이는 중이다. `나뭇가지, 지층, 그리고 씨앗(Limbs, Strata and Edible Seeds)/ 대안적 내러티브’란 제목이 붙은 이 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여러 존재들의 보이지 않는 관계를 카메라로 포착해 드러내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출품된 사진들에는 식물과 동물, 땅과 공기, 생물과 무생물, 동물의 뼈와 인간의 살 같은 대비되거나 층위가 다른 개념의 피사체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세밀한 시선으로 이런 피사체의 여러 단면들을 앵글에 빨아들인다. 이렇게 모은 상들을 서로 대비 혹은 조응하는 사진 이미지들로 빚어낸다.

전시장의 여백들을 배경으로 정밀하게 배치된 사진 작품들 사이에 주파수처럼 교감하는 일종의 기운들이 작용하고, 이를 통해 전시 자체가 유기적인 연결망의 얼개를 띠게 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또 다른 내면의 시각적 세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진의 권능을 제시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케이피갤러리의 이일우 기획자와 독일 베를린의 시각문화 공간에서 활동 중인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마자라가 공동기획했다. 22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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