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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조각의 상식을 ‘조각’내다

등록 2022-11-14 07:00수정 2022-11-14 09:31

창원조각비엔날레 가보니
컴퓨터 화면의 오류 때 뜨는 푸른빛 화면을 조형물로 만든 이용백 작가의 근작. 창원조각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요 작품 중 하나다.
컴퓨터 화면의 오류 때 뜨는 푸른빛 화면을 조형물로 만든 이용백 작가의 근작. 창원조각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요 작품 중 하나다.

작가가 빚은 아름다운 덩어리를 보는 것. 조각품 감상에 대한 일반적 상식이다.

요즘 국내 지역 도시에 상식을 깨는 조각, 혹은 조형물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창원조각비엔날레 6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창원특례시의 마산·창원·진해 시가지 거리와 공원, 전시장 여기저기가 주된 작품의 무대다.

청어들이 물속에서 떼 지어 뛰노는 마산 인공섬 해변공원 앞바다엔 수면 위 부표처럼 김진우 작가의 금속제 조각탑 <진화의 비밀>이 두둥실 떠올라 청어 떼와 어울리는 풍경을 연출했다. 지구 진화에 영향을 미친 정체불명의 물체가 발견되는 모습을 상상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웃 동네인 진해 중심가 중원 교차로 화단엔 엑스자 모양으로 된 이원우 작가의 선풍기 조형물 <바람둥이 엑스(X)>가 등장했다. 직사각형 상자 조형물에 선풍기 9개를 집어넣어 휭휭 바람을 일으키는 얼개다.

역시 마산에 이웃한 창원 도심의 성산아트홀은 더욱 낯설다. 컴퓨터 화면에 오류가 발견됐을 때 뜨는 경고 화면 자체를 푸른빛 조형물로 만들고 화면이 내려앉아 사그라지는 모습까지 동영상으로 만든 이용백 작가의 근작을 비롯해, 빛이 무게가 나간다는 가정 아래 만든 목진요 작가의 조명 제작 프로젝트, 광물질들이 내부 용기 속을 돌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김윤철 작가의 기계 장치, 마산항의 수질 변화 센서 수치에 따라 수십개의 조개 조형물이 뚜껑을 여닫으며 딱딱거리는 이탈리아 작가 마르코 바로티의 키네틱 작품 등이 눈길을 붙잡는다.

이번 비엔날레는 미학을 전공한 조관용 기획자가 총감독을 맡아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이란 주제 아래 양자역학에서 입자와 파동으로 나뉜 존재의 두 측면을 조망했다. 주제를 반영해 기존 조각의 범주에 얽매이지 않는 융합적·탈장르적인 작품들을 과감하게 내놓은 것은 신선했지만, 미디어아트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작품 구성은 고민거리도 남겼다. 10년간 전시를 거듭하면서 제기돼온 조각미술제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 여전히 방향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맹점을 드러낸 대목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일까지.

창원/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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