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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여긴 어디? 1950~1980년대 다큐 사진 찍은 이들은 누구?

등록 2023-01-25 19:17수정 2023-01-26 02:40

1950~80년대 풍경 기록전 ‘서울산책’
한국 근현대 다큐사진가 10명 출품
1979년 명동에서 만난 김녕만(왼쪽부터), 임응식, 김기찬 사진가. 스페이스22 제공
1979년 명동에서 만난 김녕만(왼쪽부터), 임응식, 김기찬 사진가. 스페이스22 제공

1979년 가을,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세 사진가가 만나 사진을 찍었다. 서울 도심 달동네와 변두리를 단짝처럼 함께 돌아다니며 촬영하던 40대 작가 김기찬(1938~2005)과 30살 사진기자 김녕만(1949~)이 당대 사진계의 대부로 꼽혔던 노장 임응식(1912~2001)과 번화가에서 조우한 것을 기념하고자 즉석에서 촬영한 것이다.

44년이 흐른 지금 임응식, 김기찬은 이미 고인이 됐고, 최근 뒤늦게 김녕만 작가에 의해 프린트되어 나온 사진은 묵직한 역사로 바뀌었다. 사진 속 세 사람 뒤에 보이는 ‘서로 지킨 질서… 명랑사회 이룩하자’는 구호탑과 ‘저축 생활화 운동’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세 사진가 주위로 모여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더불어 당대 사회상을 증언하고 있다.

이 사진은 서울 강남역 부근 사진 전문 전시공간 ‘스페이스 22’에서 지난 연말부터 31일까지 열리고 있는 기획전 ‘서울산책’의 들머리에 내걸려 관객을 맞고 있다. 스페이스22는 개관 9돌을 맞아 마련한 이 전시에 그동안 수집해온, 한국 다큐사진사의 주요 작가 10명이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서울 곳곳의 풍경과 인물군상을 기록한 작품 가운데 50점을 추려 내놓았다. 세 작가 외에 이형록, 김한용, 한영수, 홍순태, 한정식, 전민조, 박옥수 작가가 작품을 냈다.

박옥수 작가가 1968년 찍은 한강변 뚝섬 선착장의 배 사진. 스페이스 22 제공
박옥수 작가가 1968년 찍은 한강변 뚝섬 선착장의 배 사진. 스페이스 22 제공

전시장에 작가별로 서너점씩 붙여놓은 당대 이미지 기록들은 대규모 아파트 택지 단지 조성과 도심 재개발 이전 생소하면서도 목가적인 서울 곳곳의 모습과 시민들의 낯선 일상적 순간들을 보여준다.

옛 미도파 백화점 앞에서 목에 ‘구직’ 팻말을 건 청년 실업자의 모습을 담은 임응식의 대표작 <구직>(1953)과 압구정 아파트 앞 밭에서 쟁기질하는 소의 모습을 담은 전민조 작가의 <압구정동>(1978), 1977~82년 서울역 부근 중림동 일대 달동네 골목과 주민, 아이들의 모습을 정감 있게 담은 김기찬의 연작들은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옥수 작가가 찍은 1960년대 사진들도 강렬하다. 뚝섬 선착장의 배와 탑승객들의 모습은 대치동과 봉은사가 뱃길의 주요 선착장이었다는 사실을 되살려주고, 아현동 고갯길을 올라가는 차와 사람들의 모습 등도 60년대 서울의 도회적 정서를 전해준다. 전시장 안쪽 창가에 비치는 강남역 주변 고층빌딩군과 대로의 현재 모습과 대비시켜 보면 사진만이 전해주는 시간의 권능을 실감하게 된다. 사라지는 것들의 의미와 보이지 않은 시간의 가치를 전해주는 사진의 힘 또한 깨닫게 되는 전시라 할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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