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공개매수를 전격 결정하자 허를 찔린 하이브가 반격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하이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이브는 7일 “카카오의 공개매수 내용을 확인하고 내부 논의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에스엠 지분을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공개매수로 1조2500억원을 들여 에스엠 지분을 35%가량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을 4.9%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은 39.9%까지 올라간다.
하이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카카오의 참전으로 에스엠 인수 계획의 전체 밑그림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시간을 무작정 끌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하이브는 카카오에 ‘경영권 참여 의사가 없고, 에스엠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넘보면서 전면전은 불가피해졌다.
하이브가 이에 맞서려면 보유 지분을 끌어올려야 한다. 사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20일 동안 주당 12만원에 에스엠 주식 25%를 공개매수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에스엠 주가가 12만원선을 웃돌면서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하이브가 6일 공시한 내용을 보면,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로 지분 0.98%(23만주)를 새로 사들이는 데 그쳤다. 앞서 효성그룹 계열 스포츠 마케팅회사 갤럭시아에스엠은 공시를 내고 하이브 공개매수에 응해 23만주를 매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아에스엠한테 사들인 에스엠 주식을 빼면 공개매수로 들어온 주식은 단 4주뿐이다.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가 하이브에 매각한 14.8%를 더하면 하이브가 현재 확보한 에스엠 지분은 15.78%다.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 걸린 이수만 전 총괄의 잔여 지분 3.65%를 합치더라도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은 19.43% 정도다.
이에 따라 이해당사자들은 하이브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이브는 재차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거나, 우군을 끌어들이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거론되는 건, 하이브가 카카오의 제시 가격 이상으로 재차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하이브는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대 1조원에 이르는 투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인수·합병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지나치게 큰 비용을 써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고, 카카오가 인수전에 참전하면서 결국 주주총회에서 승패가 갈리게 됐다. 이에 따라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카카오-에스엠 연합은 주주 마음을 얻기 위해 이달 내내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본사 전광판 로고 모습. 연합뉴스
한편, 에스엠 간부들은 7일 카카오의 공개매수 발표에 “최적의 파트너”라며 지지를 나타냈다. 에스엠 센터장 이상 직책자 26명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에스엠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하이브와 달리 에스엠 고유 전통과 정체성을 존중하고 자율·독립적 운영과 아티스트의 주체적 활동을 보장하며 31일 주총에서 에스엠 경영진이 추천한 독립적 이사회를 지지하는 카카오가 ‘에스엠 3.0’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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