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페르난도 메니스 건축가, 박서보 화가와 부인 윤명숙씨, 배순훈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노형석 기자
한국 현대 추상회화의 주류인 단색조 회화의 대가로, 화면에 선을 되풀이해서 긋는 ‘묘법’ 연작으로 유명한 박서보(91) 작가가 14일 제주도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의 첫 삽을 떴다.
박 작가가 세운 비영리 문화재단 ‘기지’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제주 리조트앤스파에서 박 작가와 박석원 조각가, 배순훈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리웨이 메리어트호텔 회장, 이종우 서귀포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진행했다.
스페인 테네리페섬 출신의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의 조감도를 보면, 호텔 경내 북서쪽 터에 대지면적 1만2137㎡, 총 건축면적 1만1571㎡(전시관 900㎡) 규모로 지상 1층, 지하 2층으로 짓는다. 섬의 현무암과 콘크리트를 주된 재료로 삼아 수행하듯 비우는 작업을 역설해온 작가의 특성에 맞춰 단순하고 절제된 얼개를 띤다. 내년 여름 문을 열면 일반인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최근 폐암 3기 투병 사실을 공개한 박 작가는 이날 “호텔쪽 제안으로 제주에서 빼어난 경관을 갖고 있는 서귀포 일대에 미술관을 건립하게 돼 무척 기쁘다”며 “내 작품들은 물론 나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도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