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소프라노’ 담라우의 감동 앙코르…손에 든 ‘동심초’ 악보엔

‘오페라의 여왕’ 디아나 담라우가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 김성태의 가곡 ‘동심초’를 앙코르로 불렀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3번째 앙코르를 끝낸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52)가 다시 무대로 나왔다. 손에는 악보가 들려 있었다. 청중의 박수가 그칠 기미가 없다는 걸 확인한 담라우는 주섬주섬 돋보기 안경을 꺼내 끼더니 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꼬~니픈 하여멉시~’(ko-nipeun Ha yeo Map shi) 김성태 작곡 ‘동심초’였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가사 전달엔 차질이 없었고, 악구 연결도 유려했다. 마지막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부분에선 솟구치는 높은음을 한껏 고조시키며 화려한 기교를 발휘했다. 노래가 끝나자 청중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18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디아나 담라우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은 예정된 시간을 1시간 가까이 넘겨서야 끝났다.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가 18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 가곡 ‘동심초’를 부를 때 돋보기를 끼고 본 악보. 발음대로 적혀 있지만 군데군데 뜻풀이를 해뒀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담라우는 6년 전인 2017년 첫 내한 공연 때도 앙코르로 이 곡을 불렀다. 당시엔 안경을 끼지 않았는데, 그사이 노안이 찾아온 모양이다. 그는 ‘동심초’에 붙은 ‘애타는 정을 가지고’란 악상기호를 제대로 살려 노래했다. 담라우는 노래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기력으로 유럽과 미국의 오페라 무대를 장악한 ‘연기파 소프라노’. 동심초를 부르면서도 곡의 흐름에 따라 슬픈 듯한 표정을 짓거나 한 손을 휘저으며 감정을 표현하려 애썼다. 가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려운 동작이다.

비밀은 악보(사진)에 있었다. 가사는 발음대로 적혀 있었지만 악보 군데군데에 가사의 의미를 영어로 메모해둔 게 보인다. ‘동심초’ 제목 옆엔 ‘하트’ 표시도 해뒀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공연하는 나라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 차례 드레스를 갈아입고 무대에 오른 담라우는 특유의 드라마틱하면서도 화려한 기교를 선보였다. 왕과 여왕이 나오는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선곡했다. 로시니와 도니체티, 벨리니 등 이탈리아 ‘3대 벨칸토 오페라 작곡가’의 아리아를 차례로 들려줬다. 화려하고 기교적인 창법의 벨칸토 아리아들은 성악가가 온갖 화려한 기교를 동원해야 한다. ‘월드 클래스 소프라노’답게 담라우는 풍성하게 깔리는 저음과 치솟는 고음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곡의 뉘앙스를 살려 부르는 기교가 뛰어났다. 특히, 그가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으로 부른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가운데 ‘정결한 여신이여’는 왜 그가 안젤라 게오르규,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3대 소프라노’로 불리는지를 알게 해줬다. 남편인 베이스 니콜라 테스테와 듀엣곡도 2곡 불렀다. KBS교향악단이 반주를 맡아 오페라 극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는 18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 남편인 베이스 니콜라 테스테와 듀엣곡도 선보였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임석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