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 작가의 다큐멘터리 사진전 ‘말을 부르는 사진’에 출품된 그의 2022년 작 <사북 하이원 리조트-카지노 호텔, 워터파크>.
온통 검회색빛이던 계곡 아래 동네의 때깔은 이제 푸르딩딩하거나 알록달록한 빛으로 바뀌었다.
중견사진가 이강우 서울예술대 교수의 다큐멘터리 사진전 ‘말을 부르는 사진’은 음식을 꼭꼭 씹듯이 보고 읽어야 하는 전시마당이다. 지난 20년 동안 급속히 변모해온 강원도 태백 광산촌의 풍경 사진 20여점을 한자리에서 모아 보여주는 작가의 신구작 사진들은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풍경의 변질을 기록자의 시선으로 부감한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 1층에 차린 전시장은 기존 사진전과는 다른 얼개의 전시 구성이 먼저 눈에 띈다. 2000년대 들어 산업구조조정의 여파 속에 폐광과 퇴락, 카지노 같은 소비 향락문화 지구로의 변신을 심화시켜온 태백 철암과 사북·고한 지역의 시기별 풍경들을 네면의 벽에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액자틀로 고정한 기하학적 구도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래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화가였다가 인물, 정물, 풍경 등을 오가며 다양한 형식과 시점의 사진작업들을 진척시켜온 작가는 20년을 넘긴 이 다큐멘터리 작업을 두고 “오롯이 객관적인 기록의 관점으로 평소의 궁극적 목표인 ‘사진과 예술의 사회화 및 공공적 자산화’를 실천하는 작업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를 앞두고 지난 연말 태백 작업의 주요 작품 100여점을 모은 <석탄진경-기로에 선 근대>란 사진집을 출판하고 이달 초 증보판까지 낸 것도 사회적 실천의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출품작들 세부를 보면, 단순한 객관적 기록물의 범주로만 포괄되지 않는 조형적 개성또한 뚜렷하게 나타난다. 선탄장과 광산촌 거리를 부감한 산 정상 기슭, 광업소 인근 주택의 뒤쪽 하천, 광부들의 휴식공간, 공기압축기 시설 등 촬영 장소에 따라 빛과 감도, 배경을 선별하는 개성적인 감각이 선연하게 표출된다. 이런 작가 내면의 주관적 요소들이 공공적인 기록성과 미묘한 긴장 속에 공존하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태백 다큐멘터리 연작이 지닌 색다른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29일까지.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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