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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개방·공유·체험…문턱 낮추는 공공 극장들

등록 2023-07-26 08:00수정 2023-07-26 08:49

세종문화회관·국립극장·예술의 전당 등 공간 정비
시민의 편의·휴식 공간인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라운지’에서 서울시합창단의 ‘점심 콘서트’를 관람하는 시민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시민의 편의·휴식 공간인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라운지’에서 서울시합창단의 ‘점심 콘서트’를 관람하는 시민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의 대표적 공연장들이 안팎의 공간을 재배치하며 잠갔던 빗장을 풀고 높기만 했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공간 재구성의 열쇳말은 개방과 공유, 그리고 체험이다. 극장과 거리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려는 흐름이란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개방

몸피가 육중한 도심 한복판의 세종문화회관이 먼저 문을 열어젖혔다. 광화문 광장에서 도보로 바로 연결되는 1층 사통팔달 공간이 ‘세종 라운지’로 탈바꿈했다. 시민 누구나 제약 없이 들락거릴 수 있는 편의와 휴식의 공간이다. 무료 북카페도 이용할 수 있다. 예식장 등으로 임대해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세종홀을 ‘시민 사랑방’으로 바꾼 것. 이 공간을 개방하면서 시민들이 미로와도 같은 세종문화회관의 여러 공간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지하 주차장과 세종미술관 2관, 세종예술아카데미(2층), 세종엠(M)씨어터(3층) 등으로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교통 약자를 위한 무장애(배리어 프리) 시설도 마련했다.

1973년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극장은 올해 ‘남산 이전 50돌’을 맞아 ‘일상에 다가가는 열린 문화 공간’을 기치로 걸었다. 4년에 걸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21년 재개관한 대극장 해오름극장 1, 2층 넓은 로비를 새롭게 정비해 다음 달 전면 개방한다. 그동안 공연이 없으면 개방하지 않아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던 공간이다. 1층엔 식당도 마련했다. 2층 로비는 예술 서적을 볼 수 있는 ‘북 라운지’로 변모한다. 남산을 찾는 시민들과 극장의 접점을 높일 수 있도록 ‘만남의 장소’도 마련하고 있다.

국립극장은 대극장인 해오름극장 로비를 정비해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개방한다. 2층 로비엔 무료 북카페도 운영한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은 대극장인 해오름극장 로비를 정비해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개방한다. 2층 로비엔 무료 북카페도 운영한다. 국립극장 제공

#공유

세종문화회관은 차도를 없앤 광화문 광장을 바깥마당처럼 야외무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롭게 단장한 광장을 무대로 활용한 첫 번째 기획이 ‘세종썸머페스티벌’. 8월11일부터 9월9일까지 5주 동안 매주 금, 토요일에 다채로운 야외 공연을 펼친다. 가장 눈에 띄는 공연은 서울시오페라단이 준비한 야외 오페라 <카르멘>이다. 조르주 비제의 이 오페라엔 귀에 익은 친숙한 아리아가 많다. 독보적인 현대 무용가 안은미와 ‘범내려온다’의 안무로 널리 알려진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독특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춤사위도 만날 수 있다. 이 기간 광화문 광장은 축제의 광장으로 변신한다.

서울시합창단은 매달 한 차례 점심시간 30분을 활용해 성악을 감상할 수 있는 ‘런치타임 콘서트’를 세종라운지에서 열고 있다. 합창단원 4명이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크로스오버 곡 등을 들려주는 ‘점심시간에 찾아가는 미니 콘서트’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신청곡을 받아 연주하는 이벤트도 펼친다.

국립극장은 봄‧가을 매주 토요일에 해오름극장 앞 문화광장에서 각양각색의 ‘문화시장’을 연다. 친환경 농작물 시장과 음악 공연을 결합한 ‘아트인 마르쉐’, 식물 마켓과 공연이 함께하는 ‘아트 인 가든’, 도서 시장과 토크 콘서트를 즐기는 ‘아트 인 북스’, 다양한 탈춤을 배우는 ‘아트 인 탈춤’ 등이다.

엘지(LG)아트센터 2층의 ‘아트라운지’. 천창을 통해 빛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도, 계획안, 건축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누리집 갈무리
엘지(LG)아트센터 2층의 ‘아트라운지’. 천창을 통해 빛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도, 계획안, 건축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누리집 갈무리

#체험

서울 강서구 마곡동으로 옮긴 엘지(LG)아트센터 서울은 ‘빛과 콘크리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1941~)의 작품. 공연장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이 건축물의 특징적 공간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지상을 관통하는 타원형 통로인 ‘튜브’, 로비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곡선 벽면 ‘게이트 아크’, 지하철 마곡나루역부터 엘지아트센터까지 연결하는 100m 길이의 계단인 ‘스텝 아트리움’ 등이 그것. 8개의 공간에서 큐알(QR)코드를 통해 배우 박해수의 목소리로 듣는 ‘건축 오디오 투어’를 체험할 수 있다. 휴식과 전시 공간인 2층 ‘아트 라운지’에서 천창을 통해 빛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관찰할 수도 있다.

서초동 우면산 자락의 예술의전당은 5월부터 10월 말까지 평일은 두 차례, 주말과 휴일엔 5차례씩 음악 분수를 운영한다. 산맥분수, 갓분수, 발레분수 등 60대의 펌프와 1000여개의 노즐이 리듬에 맞춰 장관을 연출한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공연장에 들어가지 않고 잔디광장에서 콘서트홀 연주를 즐길 수 있는 공연도 많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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