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2026 월드컵 예선전에서 하프타임 때 공연한 ‘시스터 액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싱가포르 경기 전반전이 끝난 뒤 운동장에 수녀 28명이 ‘난입’했다. 6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수녀들은 노래 두 곡을 흥겹게 부른 뒤 유유히 사라졌다. 지난 4일 부산에서 시작해 오는 21일 서울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시스터 액트’ 출연자들이다. 축구 하프타임에 가수들이 나온 적은 있지만 뮤지컬팀은 처음이다. 한 관객은 “뮤지컬을 본 적이 없는데 하프타임 공연을 보며 뮤지컬도 축구 못지않게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뮤지컬이 관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있다. 뮤지컬은 주 고객인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왔는데 이제는 관객층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시스터 액트’ 제작사인 이엠케이(EMK) 쪽은 “작품을 좀 더 많은 이들한테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축구협회에 하프타임 공연을 제안했다”며 “넘버(곡)의 메시지가 따뜻하고 밝아서 축구장의 열기와 잘 맞을 것 같았다”고 했다.
‘마리 퀴리’는 뮤지컬에서 이례적으로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라이브 제공
오는 24일 시작하는 ‘마리 퀴리’는 뮤지컬로서는 처음으로 체험형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지난 3~13일 서울 성수동에 마리 퀴리 생가를 재현하고 라듐이 반짝이는 방과 칵테일 바 등을 마련했다. 관객들이 마리 퀴리처럼 실험도 해볼 수 있게 했다. ‘마리 퀴리’ 제작사인 라이브 쪽은 “관객층 확대를 고민하다가 뮤지컬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호기심을 가질 만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시작한 ‘렌트’는 10월30일 배우 24명이 스타필드 야외무대에서 록 콘서트를 열었다. ‘렌트’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쪽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열린 공간에서 콘서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은 극중 유령을 공식 캐릭터로 만들어 전시하는 등 젊은 관객층을 타깃 삼은 이벤트도 벌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주인공을 캐릭터로 만들어 젊은 관객들한테 전파되도록 했다.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업계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레베카’는 서적을 접목하고, ‘여명의 눈동자’는 천연 비누와 연계하는 등 특정 업체와 협업한 미니 팝업스토어를 이따금 선보였고 ‘광주’와 ‘야구왕 마린스’는 광주와 부산이라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프로야구 경기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시구도 했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뮤지컬은 현재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뮤지컬을 간접 경험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새 관객을 유입시키고 시장을 키우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엠케이 쪽은 “예술과 스포츠의 상호작용 등 새로운 플랫폼 모색이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