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 정동극장장 러브콜에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 무대 복귀
정은숙(60)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독창 무대에 선다. 2002년 국립오페라단 사상 첫 여성 단장 겸 예술감독이 된 이후 처음이다. 1974년 데뷔 이래 우리나라의 간판 프리마돈나로 활동해 온 그에게 ‘노래 없는 삶’은 얼마나 끔찍했을까?
“처음 2년 동안은 정말 10분도 ‘소리’를 못냈어요. 이러다가 영영 노래를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했죠. 그러다가 가끔씩 연습실을 찾았어요.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을 때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서 혼자 노래를 불렀죠.”
그런 그의 답답한 심정을 알기나 했는지, 최태지(47) 정동극장장이 러브콜을 보냈다. ‘최태지의 정동데이트’ 세번째 손님으로 정 단장을 초청한 것이다. 최 극장장은 “제가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할 때 정 단장님은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하는 오페라의 주역으로 자주 출연했다”며 “선생님이 부르시는 아리아에 귀 기울이다보면 연습에 지친 저의 몸과 마음이 눈녹듯 풀리는 것 같아 자주 공연장을 찾곤 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작고한 오페라 연출가 문호근씨의 부인이다. 남북 화해의 새장을 열었던 통일운동가 늦봄 문익환 목사의 맏며느리이자,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형수다. 생전에 문 목사는 맏며느리의 공연을 거의 빠뜨리지 않고 봤다고 한다.
“감옥에 계실 때 빼놓고는 늘 오셨어요. 하도 수없이 왔다갔다하셔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지만(웃음), 퇴소 당일에 오신 적도 있어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엄하고 강한 모습만 언론에 비쳐졌는데 사실은 굉장히 여리고 순수한 분이셨어요.”
한 집에 살았던 시동생 문성근씨에 대한 추억도 애틋하다. “연습이 늦게 끝나니까 밤길을 많이 걷게 되잖아요. 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해요. 그러면 집에 있는 남자가 아무나 나오는데, 아무래도 문성근씨가 나올 때가 제일 많았죠. 저 멀리에서부터 ‘형수님~’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달려오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정 단장은 “앞으로 ‘작은 노래’로 사회에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7~28일 오후 4시 정동극장 무대에 올리는 공연의 제목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랑의 노래>. 브람스의 ‘5월의 밤’, 차이코프스키의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등 12곡을 부른다.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이 피아노 반주를 한다. (02)751-1500.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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