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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영화는 잊어라 춤추는 ‘가위손’ 온다

등록 2006-07-02 19:27수정 2006-07-03 11:14

팀 버튼 영화 댄스뮤지컬로 엔딩·무대세트 ‘또다른 환상’
조니 뎁 울릴 두 주연 매력적 19~30일 LG아트센터
16일 한국 찾는 안무가 매슈 본

영국의 안무가 매튜 본(46)은 무대 위의 마법사 같다.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그의 손을 거치면 현란한 볼거리로 새 생명을 얻는다.혁신적인 안무가로서 그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행복한 만남을 빚어내고 있다. 남자 백조가 출연하는 <백조의 호수>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그가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을 댄스 뮤지컬로 만들었다.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한 환상적인 무대와 매력적인 춤은 매튜 본의 팬들을 다시 설레게 하고 있다. 오는 16일 한국을 찾을 예정인 그를 국제전화로 먼저 만나봤다.

-당신 작품을 고대하는 한국 팬들이 많다. <가위손>에 대해 소개한다면.

=가위손은 잘 알다시피 동명의 영화에 기초한 작품이다. 모든 이들이 자기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는 놀아운 이야기이다. (가위 손가락을 지닌) 에드워드는 매우 상징적인 캐릭터로서, 누구든지 각자 자기의 삶에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껴지는 (소외감을 느끼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손은 어떤 의미에서 바로 그러한 것에 대한 상징이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가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우리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지에 대한 작품이다. 그리고 매우 감동적인 캐릭터이다. 이 작품은 ‘기묘한 사랑이야기’이다. 그리고 또한 아주 재미있고, 로맨틱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레즈 브라더스톤이 최근 내 작품을 거의 다 디자인했는데, 디자인도 훌륭하고 스펙터클하다.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니 엘프만의 음악이 가슴 아프게 로맨틱한 이 작품의 감동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이 작품을 즐길 수 있으리라 여긴다.

-대니 엘프만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안무하기 힘들지 않았나?

=이 작품을 하려고 마음먹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음악 때문이다. 맨 처음 영화에서 음악을 들었을 때 매우 연극적이라고 느꼈고, 또한 무용 음악 같기도 했다. 거의 뮤지컬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물론 뮤지컬이 아니고 영화이긴 했지만 말이다. 내 생각에 그 음악은 안무하기 매우 쉬웠다. 왜냐면 내가 보기에 이 음악은 ‘정서’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스토리와 내러티브를 다루기 때문에, 드라마, 느낌, 감정을 담은 음악을 찾는다.

-<가위손>을 ‘고딕 동화’라고 한 것은 원작에 대한 당신의 해석을 반영한 것인가?(아마도 그는 원작을 어떻게 해석했느냐는 질문으로 이해한 듯 했다.)

=그렇다. 영화 원작의 시나리오 작가인 캐롤라인 톰슨과 함께 작업했는데, 그녀는 팀 버튼의 작품 외에 다른 각본도 썼다. 우리는 무대를 위한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는데, 영화와는 매우 다르게 만들었다. 영화가 아니라 무대이므로, 단순히 영화를 담아내는 게 아니라 무대 작품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들이 이미 영화를 알고 있다. 영화에 모든 이미지가 다 있다. 토피어리, 얼음조각, 눈, 성…. 하지만 영화와 매우 다르다.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놀랍고 새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무대 버전에서는 프롤로그를 삽입했다. 에드워드가 창조된 배경,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그것은 영화에 없다. 엔딩도 다르다. 일종의 ‘달콤쌉싸름한’ 놀라운 엔딩이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피날레가 있다. 사람들은 영화를 알겠지만, 영화를 알 필요도 없다. 그냥 와서 보면 된다. 스토리가 명확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팀 버튼의 인공적인 세트 미학은 환상적인데, 무대에서는 얼마나 실현되는가? 혹은 다르게?

=브라더스톤과 작업할 때 그는 영화의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에서 받은 영감을 이용해서 나름의 것을 창조해냈다. 이 점에 대해 팀 버튼은 매우 너그러웠다. 당신들의 버전을 만들라고 하면서 말이다. 영화의 이미지를 갖다가 이용하는 방식. 예를 들어, 토피어리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춤추는 토피어리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무대에 훨씬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밖에도 영화에서 가지고 올 만한 많은 이미지들이 있었다. 눈, 얼음, 다른 세계…. 매우 분방하고 놀랍고 창조적인 작업이었다. 이런 즐거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작 <가위손>의 조니 뎁 같은 매력적인 주인공을 기대해도 좋은가?(마치 <백조의 호수>의 아담 쿠퍼 같은)

=물론이다. 두 명의 에드워드가 있다. 리차드 윈저와 샘 아처. 더블 캐스트이다. 우리 무용단의 새로운 스타이다. 초연 때부터 함께 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주목과 관심이 쏟아지고 있고, 지금은 상당한 유명세를 치를 정도이다. 여기 영국에서도 상당히 유명해졌고, 미국 투어에도 함께 할 예정이라 아마 대형 스타가 될 것이다. 이 두 명이 어떻게 다르냐고? 매우 다르다. 그들을 캐스팅할 때부터 차이가 있었는데, 리치는 감성적인 접근, 사랑에 대한 감정표현이 강점이고, 샘은 코미디언처럼 유머가 있다. 또한 리치는 고전 발레 트레이닝을 받았고, 샘은 뮤지컬 씨어터, 탭 댄싱을 익혔다. 공연에서 이런 요소들이 두루 쓰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그들은 친구처럼 지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최근에는 고전의 재해석보다는 영화의 무대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유는?

=영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중요했다. 심지어 클래식 발레를 다룰 때에도 영화는 내게 영감의 중요한 원천이 되어왔다. 많은 영화 이미지들이 그런 고전 작업에도 반영되었다. 그래서 누구든지 영화에 대해 아는 이라면 내 작품에서 그런 요소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확실히 좀 더 특정 영화에 근거한 작업들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인데, 시도해볼 만한 클래식 발레 음악이 별로 없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신데렐라> <라 실피드>에 기초한 <하이랜드 플링> 등 이미 클래식 작품은 많이 했다. 그렇더라도 계속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꼭 영화라기보다 스토리에 기초한다. 그것이 연극이나 무용 작품이 되는데, 그런 시도 가운데 새로운 발레, 무용 작품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언제나 새로운 음악으로 신작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클래식 작품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한다. 예를 들어 <가위손> <무언극> 같은 작품을 보면 내가 이전에 했던 작업들과 연관이 없지 않다. 그러면서도 같은 사람이 한 것 같지 않게 다 다르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이야기 방식이다.

공연 평
공연 평
-스토리텔링에서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음악은 작품을 하기 위한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작품을 하려면 음악을 충분히 많이 들어야 한다. 음악을 좋아할 수가 없으면 그만두어야 한다. 처음에 음악이 영감을 주게 되면, 다음으로 지루할 틈이 없게 되고, 세 번째로 음악이 이야기를 하고 극적인 감정을 실어내게 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음악은 나에게 있어서, 나의 춤에 있어서, 셰익스피어 희곡에서의 언어와 같다. 음악은 내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 스스로 만족하는가?

=처음 했던 실험 작업이 <무언극>일 것이다. 다음 했던 작업은 <호두까기 인형>이었다. 그리고 <가위손>을 했고, 그밖에 여러 리바이벌들을 많이 올렸다. 알다시피 <가위손>은 신작이라 당분간은 여기에 매달리게 될 것 같다. 작은 규모의 실험적인 작업은 아마도 다음에나 가능할 것 같다. 아마 성공적이지 못할지도 모르고, 이력에서 슬쩍 빠지거나 그냥 묻혀버릴 지도 모른다. 성격상 어려운 작업이다. 처음 <무언극>을 했을 때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좋다, 안되면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실험적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다음 작품으로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지금은 <가위손> 공연에 이어 브로드웨이에서 상연 예정인 <메리 포핀스>, <마이 페어 레이디> 투어 등으로 꽉 차있다. 아직 신작에 대한 구상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만으로 바쁘다. 아직 서두르고 싶지 않다. 생각할 시간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리 포핀스>는 10년 걸렸고, <가위손>은 8년 걸렸다. 아마 2, 3년 동안은 특별한 계획이 없을 것이다.

-당신의 작품이 모든 나이 대의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안무를 할 때 언제나 이야기와 함께 끌고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원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극장에 가는 게 아닐까. 또 한 가지, 내 춤은 다른 춤 무대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진짜 사람들 같은 이들이 등장하고, 신과 같이 도달할 수 없는 존재, 발레에서 나오는 여신과 같은 존재는 나오지 않는다. 관객들이 그런 점을 좋아하는 것 같다. 디자인도 놀랍고 스펙터클하고, 아름답고. 유머도 관객들이 매우 좋아한다. 공연이 뮤지컬, 영화 보는 것 같이 느껴지고, 너무 멀게 고급 예술처럼 느껴지지 않고, 쉽고 흥미롭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 모든 이유로 인해서 그런 것 같다.

-영상 이미지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에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힘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공연은 라이브로 관객들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주어진 시간에만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세상 일이 잘못될 수가 있고, 정말 잘못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그 저녁 시간에 영감을 받는 것을 보게 된다. 내 생각에 무대가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그 저녁만큼은 오로지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돈을 지불하면 그 공연은 당신의 것이다. 어떤 매체를 거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연은 그대로 당신의 것이란 점이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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