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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생방송 노출’ 그후 1년 음악은 여전히 가식없는 노출

등록 2006-07-30 21:19

원종희, 이태선
원종희, 이태선
알몸 해프닝 물의 딛고 작년 음반 음악성 인정받아
원종희 “하고픈 것 하는게 펑크” 이태선 “저…할 말 없는데요”
펑크밴드 ‘럭스’ 내달 5일 단독공연

펑크 록의 기수, 그룹 ‘럭스’가 8월 5일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 지난해에 말도 많던 그 밴드, ‘럭스’ 맞다. 1년 전 생방송 중 동료 밴드 ‘카우치’가 알몸 노출로 물의를 빚는 바람에 함께 ‘국민적인 패륜아’로 떠올랐던, 바로 그들이다. 럭스에게 지난 1년은 온갖 오해와 악소문을 헤쳐야 했던 고난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홍대 주변을 배회하며, 공연을 하고, 음반을 냈다. 1996년 밴드 결성 이후 근 10년을 그렇게 해 왔듯이 말이다. 아는 이 많지 않지만, 이들은 작년 말에 음반 〈어너더 컨셉션〉을 내놓았고 이 음반은 올해 초 3회 대한민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싱글’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지난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음반으로 ‘최우수 록’ 부문에 후보에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내로라하는 음악인들과 작품으로 겨루었다.

지난해 불상사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록 애호가들 사이에서 밴드 ‘럭스’는 홍대 앞 펑크 록의 터줏대감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원종희는 겨우 19살이었던 1998년에 아르바이트로 푼푼이 번 돈을 모아 월세로 ‘스컹크 라이브 홀’이라는 공연장을 신촌의 지하 공간에 열었다. 지금은 ‘스컹크 헬’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장소도 홍대 앞으로 옮겼지만, 그는 이 곳에서 지난 9년 동안 작은 펑크 밴드들를 위한 공연장을 “간당간당” 운영하고 있다. 또 그는 혼자서 펑크 록 전문 음반사인 ‘스컹크 레이블’도 꾸리고 있다. 여기를 통해서 약 20개의 음반이 나왔다. 올해에도 여섯개 펑크 록 밴드들이 모여서 함께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를 내놓았다. 럭스도 물론 여기에 끼었다.

잘 웃지 못한다는 원종희는 펑크를 얘기할 때는 얼굴에 간간이 화색이 돌았다. 그는 펑크란 “자신을 비하할 정도로 거만한 것”이라는 모호한 설명을 했다. “펑크를 하는 건,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하는 건데요, 그러기 위해서 ‘스트러글’을 해요. 그러면서 자신을 속이는 가식을 걷어내는 거죠.”

그가 생각하는 펑크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들려주거나, 어떤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 아니다. 곧,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속이지 않고 하는 것이 펑크다. 그렇기 때문에 펑크 록도 하나의 음악적인 갈래가 아니다. 속임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음악이 펑크 음악이다.

“만약에 어느 펑크 록 밴드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장사 때문에 하지 못한다고 쳐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더는 펑크 밴드가 아니겠죠. 반면에 송대관 선생님도 스스로 펑크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그게 펑크 음악이겠죠.”

그는 그래서 ‘럭스’는 가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수는 직업적인 정신을 가지고 최고의 음악을 하려는 분들이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하려는 펑크를 할 뿐이에요.”

그는 홍대 앞 밴드들에 습관적으로 따라붙는 ‘인디’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디라는 한마디 단어 속에 다종다양한 음악적인 개성이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인디라는 말은 독립적으로 음악 생활을 한다는 뜻인데요. 그 말 속에는 펑크나, 클래식이나, 재즈 등 많은 음악적 내용이 없어요. 펑크 밴드면 펑크 밴드고, 재즈 밴드면 재즈 밴드인 거죠.”


그룹 ‘럭스’는 96년 원종희를 포함한 중학교 3학년생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결성되었다. 럭스(rux)는 영한사전에서 ‘짜증, 분노’를 표현하는 단어로 우연히 발견했다. 이 후 원종희를 제외하곤 멤버들이 계속 바뀌었다. 드럼을 맡은 조상현이 2003년에 합류했고, 이태선 (베이스)와 이현희 (기타)는 각각 지난해과 올해 끼었다. 멤버 중 유일하게 회사를 다니는 조상현은 일 때문에 인터뷰에 불참했다. 이태선은 얘기를 나누는 내내 묻는 말만 짧게 답하고 침묵을 지켰다. 인터뷰가 시작한 지 한참 지나 도착한 이현희는 공연장 구석에서 기타를 베고 잠이 들었다. 기자가 다가가서 말을 건네자, 그가 짧고 공손하게 답했다. “저… 할 말 없는데요.”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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