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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바리데기 설화’로 일본왕실 꼬집었죠

등록 2006-08-17 20:25

재일동포 연출, 일본인 배우 공연
왕실 장남 딸·차남 아들 ‘승계논란’ 풍자
천연덕스런 유머에 피서객 더위 싹
[이사람] 거창연극제에 ‘에비대왕’ 무대 올린 김수진씨

경남 거창의 피서지로 유명한 수승대.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것은 여느 물놀이 지역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여름 색다른 풍경이 하나 더 있었다.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면 수영복 차림의 피서객들이 연극 관객으로 변신한다. 이곳 수승대 일대 7개 극장에서 스무날 가까이 계속된 거창국제연극제가 16일 막을 내렸다. 갓난아기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관객들이 극장마다 꽉꽉 들어차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연극을 보는 장관이 매일 밤 펼쳐졌다.

13일 밤엔 아시아의 대표적 연출가로 꼽히는 김수진(52)씨가 이끄는 극단 ‘신주쿠 양산박’의 〈에비대왕〉(홍원기 작)이 무대에 올랐다.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남아선호’ 인습과 셰익스피어적인 권력투쟁을 다룬다. 딸만 여섯 둔 에비대왕은 일곱째마저 딸이자 강보에 싸서 강물에 띄워 버리는데, 그이가 바로 바리데기 공주다. 국정을 팽개친 왕은 아들을 낳겠다며 전국에 처녀 소집령을 내리고, 민중들은 전쟁과 굶주림으로 갈수록 피폐해진다.

“이 작품은 정확히 일본 천황제 문제와 겹쳐요. 장남인 왕세자는 딸밖에 없는데, 부인이 더이상 애를 낳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둘째 며느리 뱃속 아기가 아들이란 말이에요. 장남의 딸이냐, 차남의 아들이냐를 놓고 지금 일본이 시끄럽습니다.”

신주쿠 양산박은 일본 앙그라(언더그라운드) 연극의 대표 단체인 ‘붉은 텐트’ 후계자로 3차원 공간을 폭넓게 사용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진지한 연극이지만 객석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희극적인 인물들이 천연덕스레 늘어놓는 유머와 풍자, 과장된 몸짓이 피서객들 더위를 식혀 준다.

신주쿠 양산박은 애초 재일동포 극단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일본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작품도 일본인 배우들이 일본 전통 복장을 입고 나와 일본어로 공연한다. 한국인이 쓴 원작이 재일동포 연출가 손을 거쳐 일본인들 연기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배경음악에는 장구와 북, 태평소, 꽹과리 등 한국 전통 악기를 쓴다.

그는 이 작품을 9월에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연한 뒤,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신주쿠 양산박이 다니는 단골 축제에 소개할 예정이다. 내년 4월에는 한국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거창/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신주쿠 양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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